김용(57)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징역 5년형 선고(법정구속)는 그의 '정치적 동지'와 다름없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사와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단 한 푼도 받은 바 없다"고 단언했던 이 대표의 호언장담이 대장동 재판 첫 번째 선고에서 부정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면서 "측근의 이익을 위해 이 대표가 성남시에 고의로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논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30일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공소사실 8억4,700만 원 중 6억 원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 대장동 일당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인데, 이는 이 대표와 대장동 일당의 유착관계도 경우에 따라 상당 부분 소명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번 1심 판결은 다른 재판부가 심리 중인 이 대표 관련 사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일당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으로 성남시에 고의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판결로 그 '배임의 동기'가 상당 부분 설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각각 이 대표를 기소했다. 다만 지금까지 검찰의 공소사실은 '왜 이 대표가 그렇게 퍼주려고 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통상의 배임 범죄는 금품을 받는 별도의 범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대표의 경우 직접 금품을 받은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에서 이 대표도 "단 한 푼도 받은 바 없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해 왔다.
하지만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검찰 논리의 공백이 상당 부분 메워지게 됐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장동·백현동 관련 이 대표 재판에서 검찰이 사건의 인과관계를 좀 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대장동 일당이 건넨 금품이 결과적으로 이 대표를 위해 쓰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대표 재판의 양형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소강상태에 빠졌던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수원지검에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쪼개기 후원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이 대표 부인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사건이 남아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력 정치인에 대한 수사는 결국 기세 싸움인 측면이 있다"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등 사건 관계자들의 태도나 수사 분위기가 전환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대장동 일당이 이재명 캠프로 건넨 불법 정치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방자치권력과 개발업자의 유착, 이익 분배 등 대장동 사건의 구도가 대부분 법원에서 인정됐다"며 "판결문과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