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57)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 사건에 대한 첫 판결에서 법원이 검찰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대표 측이 부인해왔던 민간업자들의 유착 관계가 일정 부분 사실로 인정됐고, 법원은 이 대표 측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대선 관련 정치자금을 받은 부분까지 대부분 사실로 판단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원장에게 30일 징역 5년,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추징금 6억7,000만 원 납부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던 김 전 부원장을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이 대표의 대선 경선에 쓰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민간업자들이 조성한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그가 2013년 2월~2014년 4월 대장동 개발 사업 편의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네 차례에 걸쳐 1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했다. 김 전 부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업자들이 마련한 경선자금 8억4,700만 원 중 △실제 그가 전달받은 6억 원과 △뇌물 7,000만 원을 받은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는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직접 전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진술이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유 전 본부장이 모순된 진술을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치자금 전달 당시 감각적 경험에 대해 세밀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 진술이 일부 부정확했지만, 재판부는 "범행의 주요 부분과 관련해선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일부 진술의 불일치는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로 본 것이다.
법원은 대장동 사업의 본질적 문제라 할 수 있는 '공익이 사익으로 전이된 현상'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과 민간업자의 유착 관계로 공공에 돌아가야 할 개발 이익이 민간에 귀속됐다"며 질책했다. 또 "이 사건은 (공직자가) 대형 부동산개발에서 민간업자들과 장기간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수수 등을 통해 상호 밀접하게 유착되는 과정에서 행해진 부패 범죄"라며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부패의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서 김 전 부원장의 '윗선'이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재판부는 "개발사업 인허가는 공사와 성남시가 주관하는 업무로 김 전 부원장에게 직접적 개입·결정 권한이 없다"는 점을 양형사유로 제시했다. 사실상 윗선에서 인허가 관련 결정을 내린 결과, 유착 관계가 지속됐다고 의심한 것이다.
김 전 부원장에게 줄 자금을 조성하고 기부한 혐의를 받은 남욱 변호사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한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정치자금 기부자와 수수자는 '수수의 공범'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부원장의 법률대리인 김기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유동규 진술을 전반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면서도 개별적으로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모순"이라며 "항소심에서 잘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