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위기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내부 비리 의혹을 두고 경영진끼리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 노동조합이 진실 규명과 경영쇄신위원회 참여를 요구하고 나섰다.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에서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소속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이 전날 카카오 내부 전산망에 공동 입장문을 올렸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최측근이자 현재 카카오의 경영 체계 쇄신을 이끄는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전날 제주도 내 카카오 본사 유휴 부지 개발 과정과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직후다.
앞서 김 총괄은 700억~800억 원 규모의 제주 프로젝트 공사 업체 선정에 대해 담당 임원이 결재·합의도 없이 결정했으나 다른 임원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 부사장은 "(제주 개발 과정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 경영진 결재를 거쳐 진행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안산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 등도 내부 절차에 따라 입찰과 공정한 심사를 통해 진행됐다"고 밝혔다.
오 부사장의 글에 대해 이날 현재까지 김 총괄의 재반박 글은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 외부 감시기구를 맡고 있는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이 중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도 이날 내부망에 글을 올려 "사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할 것을 윤리위원회에서 건의해 와서 수용하기로 했다"면서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카카오 경영진 내부에서 공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자 노동조합이 나섰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노조)는 이날 준신위에 경영진 내부 비위를 조사해달라 요청했다. 김 총괄이 22일 임원 회의에서 한 차례 폭언을 한 데 대한 조사 필요성도 제기했다. 또한 경영쇄신위원회에 임직원도 참여할 수 있게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공동체 경영진은 최근 카카오 재무그룹장의 법인카드 남용 사건에서 보듯이 이미 자체 자정 능력을 잃었기에 외부의 객관적 시각과 다수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내부 경영진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에 경영진의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