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하더니 집 전체가 흔들" 경주서 7년 만에 또 지진… 주민 불안

입력
2023.11.30 09:19
7년 전 규모 5.8지진과 진앙은 달라
2016년 내남면, 이번엔 문무대왕면
고층 아파트 밀집 포항·울산과 인접
주민들 "더 큰 지진 올까 불안" 호소

“쿵 하더니 집 전체가 흔들리더라고요.”

지난 2016년 규모 5.1지진과 규모 5.8의 지진이 동시 발생한 경북 경주시에서 30일 새벽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7년 만에 경주시에서 또다시 강한 지진이 나면서, 경주시민들은 물론 2017년 규모 5.4의 지진을 겪은 경북 포항시민과 인접한 울산시민들도 불안감을 나타냈다.

대구기상청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5분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 입천마을 복지회관 인근(경주시 동남동쪽 19㎞)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곳은 지난 2016년 9월 12일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일어났던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화곡저수지 부근(경주시 남남서쪽 8㎞)에서 직선거리로 약 21.8㎞ 떨어진 곳이다. 따라서 이번 지진은 경주시에서 발생했지만, 정확한 진앙은 2016년 때와 전혀 다르다.

지진발생 직후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진을 느꼈다’거나 ‘지진이 맞느냐’는 등의 글들이 쏟아졌다. 1~4층의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 주민들은 대체로 ‘쾅’하는 소리를 들었고, 고층아파트 밀집지역 주민들은 주로 ‘쿵’하는 소리와 함께 1~2초간 건물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한 주민(64)은 “’쾅’하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바로 깼다”며 “규모가 4.0이라고 하지만 진앙과 가까워서인지 7년 전보다 확실히 강도가 셌다”고 말했다.

진앙인 문무대왕면은 경주시에서도 토함산자연휴양림과 문무대왕릉,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등이 있는 외곽지역으로, 경주시 도심보다는 대단위 아파트가 밀집한 경북 포항시 남구와 울산시 북구와 더 가깝다. 지진 직후 고층 아파트에 사는 포항시와 울산시 시민들은 강한 진동을 느끼고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포항시 남구 주민 정모(46)씨는 “잠결에 쿵하는 소리를 들었고, 아파트가 1~2초간 흔들리더라”며 “긴급 재난문자를 받고는 더 큰 지진이 올까 가슴 졸였다”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와 경주시는 현재까지 파악된 인적 피해나 물적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문무대왕면에 몰려 있는 문화재를 비롯해 산업시설 전반에 걸쳐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경주= 김정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