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서민연료 '연탄'

입력
2023.11.29 17:40
30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난방비용이 급상승한 데 이어 올겨울도 고물가 와중에 한파의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취약계층은 연탄 가격이 관건이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 한 장당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850원. 원자잿값에 배달비용까지 오르면서 서울, 강원 등에선 1,200원까지 치솟았다. 300만~400만 장 수준이던 연탄 기부도 이달엔 160만 장 규모로 줄면서 취약계층에겐 유난히 추운 겨울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 연탄가격 인상은 연탄공장이 문을 닫은 게 직접적 원인이다. 2019년 전국 39곳이 가동 중이던 게 올가을 21곳으로 4년 만에 절반쯤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도 연탄을 사용하는 이들은 곳곳에 남아 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연탄 소비자는 마지막 달동네를 비롯해 주로 80세 이상 고령층이 많고 노인성 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 정부지원금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계층이다. 대략 7만4,000가구로 파악된다. 2006년 27만 가구에서 지속적으로 감소, 곧 5만 가구 선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 연탄은 1950년대 이후 가정과 점포, 사무실 등에서 난방용으로 보편화됐다. 값이 싸고 열효율이 높아 무게 3.6kg의 연탄 한 장은 최소 6시간 열기를 뿜어낸다. 쌀과 함께 대표적 생활필수품으로 분류돼 1960년대 후반 연탄공장은 전국에 400개가 넘을 정도였다. 겨울철 언덕길이 얼음판으로 변하면 연탄재를 뿌려 미끄럼 방지 기능도 했다. 부작용은 신문 사회면에 나오던 연탄가스 중독. 그러나 1990년대 등장한 기름보일러와 도시가스에 밀려나면서 연탄은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됐다.

□ 연말이 다가오면 으레 연탄 배달봉사 소식이 미디어를 장식한다. 이젠 연탄불에 구워 먹는 고추장삼겹살이 추억의 문화코드가 된 시대. 그래도 빈곤·소외계층에겐 연탄이 생존의 도구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단칸방에서도 하루에 연탄 5~6장씩 필요하다. 굳이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 시인의 물음이 아니더라도, 서민연료 연탄이 여전히 고마운 존재임을 떠올릴 계절이다.

박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