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부군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간 교전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중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얀마 내 포성이 거세지면서 난민들이 대거 국경을 넘고 있는 데다, 정부군·반군 간 군사적 충돌이 미얀마 측과 거래하는 중국 무역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달리 중국은 그간 미얀마 사태(2021년 2월 쿠데타 발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는데, 전란의 불똥이 자국으로 튀자 뒤늦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8일 중국 관영 CCTV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육군 부대는 25~27일 미얀마 접경 지대 중국 영토인 윈난성 망스시와 루이리시, 헝마현 등에서 국경 봉쇄, 화격 타력, 기동 등 작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CCTV는 중국군의 박격포 사격 장면, 보병을 전투차량에 실은 장갑돌격부대의 이동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훈련은 미얀마를 향한 ‘경고 메시지’라는 게 중국 측 설명이다. 관영 신문인 글로벌타임스는 “이웃 국가에서 무장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가 주권과 국경 안정성을 수호하는 전투 역량을 점검하고 보여 주기 위해 실시한 훈련”이라고 보도했다.
중국-미얀마 국경지대에서는 미얀마군과 소수민족 무장단체 간 전투가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앞서 북부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3개 무장단체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과 타앙민족해방군, 아라칸군대가 구성한 ‘형제동맹’은 지난달 27일 “타도 군부”를 외치며 대규모 공동 작전에 나섰다. 현재는 임시정부 산하 시민방위군(PDF)과 다른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카친독립군, 카레니민족방위군 등도 합류했다.
각개전투에 나섰던 무장단체들이 손을 맞잡으면서 반군 공세는 더 강해졌다. 27일까지 미얀마군이 반군에 빼앗긴 전초 기지와 주둔지는 최소 303곳이다. 포병 시스템 등 핵심 군사 시설과 중국·인도 국경지대 검문소 수십 곳도 반군 손에 넘어갔다. 군정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수도권 방어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쿠데타 이후 군부의 최대 위기”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접국인 중국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최근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발생한 공격용 무인기(드론) 폭격으로 중국을 출발해 미얀마로 향하던 화물트럭 100대가 파괴됐고 1,400만 달러(약 181억 원) 상당의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트럭에는 기계와 식품, 생활용품 등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과 반군은 공격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있다.
이달 4일에는 정부군의 오폭으로 중국 영토에 포탄이 떨어지면서 중국인 한 명이 숨지기도 했다. 교전 수위가 높아지고 인명피해도 생기자, 주미얀마 중국대사관은 24일 중국 남부 윈난성과 붙어 있는 미얀마 국경도시 라우카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게 “지역을 떠나라”고 공지했다.
밀려드는 난민도 고민을 더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북부 샨주에서는 이재민 8만 명이 발생했는데, 상당수가 중국으로 몸을 피했다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추산했다. 중국 당국은 국경을 넘는 미얀마인을 향해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 대응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