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냐 비례 후순위냐"... 혁신위 '최후통첩'에 김기현의 선택은

입력
2023.11.29 04:30
혁신위 "혁신 동력 유지는 지도부 판단에" 압박 
김기현 '혁신안 긍정' 관측 속 거취 문제 불투명
불출마·비례 후순위 배치 등 여러 시나리오 거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에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혁신위가 30일 당 지도부와 윤석열계 핵심 등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넘길 예정인 가운데, 당내에선 김 대표가 인적 쇄신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도 결단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혁신위 '희생' 요구에 "긍정 검토" 가능성

최근 윤심(尹心)을 동원한 김 대표와 인 위원장 간 힘겨루기는 다소 소강상태다. 희생 요구에 요지부동인 김 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의 반발에 동력 상실 위기에 처한 혁신위는 '희생론' 관철에 사활을 걸었다. 한 혁신위원은 28일 통화에서 "처음 혁신위를 세운 목적을 환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혁신 동력을 이어나가는 것은 지도부 판단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김 대표 거취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혁신위를 만들어 전권을 부여한 김 대표는 이를 수용하기도 반대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최근 의정보고회를 열고 자신의 지역구(울산 남을)를 사수하겠다는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희생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신이 세운 혁신위를 스스로 좌초시켰다는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지휘할 명분까지 사라지는 셈인 만큼, 김 대표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긍정 검토하겠다'는 메시지 정도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긍정 검토' 메시지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김 대표의 결단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다수다. 최근 자신과 가까운 김석기 의원을 신임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며 지도부를 친윤계 의원들로 채운 직후라 대표직 사퇴 가능성은 낮다. 대신 조기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띄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험지 출마보단 불출마... '비례 후순위' 효과는 글쎄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 상황과 총선 분위기를 보면서 불출마와 비례대표 출마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험지 출마의 경우 지역구를 조율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 터라, 험지 출마보다 불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불출마 선언 시 선거 전면에는 내년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김 대표는 후방 지원에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비례대표 후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김 대표가 총선을 지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대표가 비례대표 후보에 이름을 올려 선거를 진두지휘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만 김 대표가 이들처럼 '거물급' 인사가 아니어서 총선에서 실효성을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지난 24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의 여당 대표 역할 수행과 관련한 긍정 평가는 26%에 불과, 국민의힘 지지율(33%)에 미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신의 흔들리는 입지를 의식한 꼼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민순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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