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입만 보는 민주당… 병립형이냐 연동형이냐 29일 격돌

입력
2023.11.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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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이재명 "선거는 승부… 이상이 무슨 소용"
"내년 총선 1당·과반 뺏기면 안 돼" 병립형 시사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을 놓고 현행 '준연동형'(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 연동)을 고수하자는 쪽과 과거 '병립형'(정당 투표만으로 결정)으로 돌아가자는 쪽이 팽팽하게 맞선 상태다. 침묵하던 이 대표는 뒤늦게 병립형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29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최종 선택에 따라 당론이 좌우될 전망이다.

'준연동형'을 지지하는 김상희 등 의원 75명은 이른바 '위성정당 금지법'이라 불리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8일 발의했다. 지역구 후보를 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법안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 수가 2주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빠졌다.

이탄희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아예 '지역구 불출마'를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가 앞장서 민주당이 국민께 한 약속을 지키는 결단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당의 결단을 위해 민주당이 고전하는 험지 어디든 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병립형 회귀'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선 의원은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여당과의 협상이 가장 중요하다"며 "준연동형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뭐라고 하든,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서 현실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위성정당 금지법에 이름을 올린 한 의원조차 "위성정당 금지 취지와 현실적 고려는 별개 사항"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병립형이 준연동형보다 훨씬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이재명 "내년 총선서 역주행 막아야"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어떤 결론이든 당내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심지어 그간 이 대표를 옹호했던 강성 '친이재명계' 의원들도 이번에는 양분된 모양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생중계에서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인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있겠냐"며 "역사의 긴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얘기도 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더 나쁜 세상을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내년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병립형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다만 이 대표는 "정당은 최고책임자의 의사가 전 조직에 그대로 관철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병립형에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제 문제는 이 대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원총회 등을 거쳐 충분히 숙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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