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방식을 놓고 현행 '준연동형'(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 연동)을 고수하자는 쪽과 과거 '병립형'(정당 투표만으로 결정)으로 돌아가자는 쪽이 팽팽하게 맞선 상태다. 침묵하던 이 대표는 뒤늦게 병립형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29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최종 선택에 따라 당론이 좌우될 전망이다.
'준연동형'을 지지하는 김상희 등 의원 75명은 이른바 '위성정당 금지법'이라 불리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8일 발의했다. 지역구 후보를 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법안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 수가 2주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이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빠졌다.
이탄희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아예 '지역구 불출마'를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가 앞장서 민주당이 국민께 한 약속을 지키는 결단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당의 결단을 위해 민주당이 고전하는 험지 어디든 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병립형 회귀'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선 의원은 "선거법은 '게임의 룰'이기 때문에 여당과의 협상이 가장 중요하다"며 "준연동형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뭐라고 하든, 당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서 현실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위성정당 금지법에 이름을 올린 한 의원조차 "위성정당 금지 취지와 현실적 고려는 별개 사항"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병립형이 준연동형보다 훨씬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어떤 결론이든 당내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심지어 그간 이 대표를 옹호했던 강성 '친이재명계' 의원들도 이번에는 양분된 모양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유튜브 생중계에서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인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있겠냐"며 "역사의 긴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얘기도 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더 나쁜 세상을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내년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병립형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다만 이 대표는 "정당은 최고책임자의 의사가 전 조직에 그대로 관철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병립형에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제 문제는 이 대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원총회 등을 거쳐 충분히 숙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