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악성 민원에 고발인으로 직접 나서는 교육감이 늘고 있다. 피해 학교로부터 요청을 받은 경우뿐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자 직권으로 신속하게 고발한 사례도 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권 보호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교육 현장의 단면이다.
28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를 상대로 고소·고발 7건, 행정심판 청구 8건, 정보공개 요청 300여 건을 한 학부모를 명예훼손·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학부모는 2월 서울 성동구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전교 부회장으로 뽑혔다가 선거규칙 위반으로 당선이 취소되자 이 같은 '민원 폭탄'을 제기했다. 지역 맘카페에 학교 교장, 교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학부모의 민원 제기가 "학교 행정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였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교단에서는 교육감이 교권침해 행위를 직접 고발해달라는 요구가 높다.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사 1만4,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권보호 대책으로 가장 호응을 얻은 것이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가해자 처벌 강화'(63.9%)였다. 현행 교원지위법은 교권침해나 폭행·상해·성범죄 등 위법 행위가 발생해 학교장이 교사 보호 조치를 한 사건 가운데 피해 교사 요청이 있으면 교육감이 고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감들은 소극적이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결정에 따라 교육감이 학부모를 고발한 건 2021년 4건, 2022년 8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상황이 반전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2학기 들어 쓴 고발장만 벌써 3건(고발 예정 1건 포함)이다. 6월 양천구 초등학교 교실에서 발생한 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은 9월에 고발 조치했다. 양천구와 성동구 사건은 모두 학교 교보위의 고발 요청을 수용한 것이지만, 조 교육감이 선제적으로 나선 사건도 있다. 최근 자녀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부정행위 적발에 반발한 학부모가 시험 감독관을 했던 교사가 재직하는 학교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자, 조 교육감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보위 의결 없이 공동 고발에 나선 것이다.
비단 서울시교육청만의 변화가 아니다. 9월 대전시교육청은 용산초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수년간 악성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진 학부모 2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같은 달 경기도교육청도 의정부 호원초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 3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충북도교육청은 9월 교권보호 대책을 발표하며 허위로 아동학대 신고를 일삼는 민원인은 교육감이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경남도교육청도 같은 달 교권을 침해하는 악성 민원인은 '교육감 고발제'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