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일주일 만에 영면에 드는 179명… 유족들 분향소에서 '마지막 인사'
"곧 만나요." 5일 오후 2시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에 10여 명의 유족들이 들어왔다. 거동이 불편한 듯 부축을 받는 노인, 눈이 퉁퉁 부은 40대 여성, 앳된 얼굴의 남자아이는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날벼락 같은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와 일주일 가까이 머문 공항을 떠나기 전 건네는 인사였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전체 희생자 179명 중 176명의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공항 내 임시안치소에 있는 3명의 희생자도 6일 인도될 예정이다. 참사 발생 일주일 만에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되며 희생자들이 비로소 영면에 들게 됐다. 시신 인도에 일주일이나 걸린 건 사고 직후 온전하게 시신이 수습된 희생자가 179명 중 5명밖에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항공기 꼬리 부분 수색 작업까지 거친 끝에 1,000여 편(조각)으로 흩어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유전자 정보(DNA) 검사에 속도를 내 각 편의 신원 확인을 마쳤다. 이어 전국에서 파견 온 보건 전문 장례 지도사 30여 명이 지난 3일부터 밤샘 작업을 통해 시신을 온전히 재구성했다. 진서현(55) 대한장례지도자협회 광주전남지회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도사 3명이 한 조가 돼 분리된 부분을 맞춰 원형을 잡고, 얼굴도 최대한 복원한 뒤 수의를 입혀드렸다"고 설명했다. 희생자 한 명당 2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추후 수색을 통해 발견된 시신 편에 대해선 별도 합동장례식을 치른 뒤 위령탑 등 별도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희생자들의 위패와 영정이 놓인 합동분향소도 공항을 떠나기 전 인사를 하기 위해 온 유족들로 이날 오후 늦게까지 붐볐다. 짐가방을 든 한 여성은 공항 난간에 붙은 추모 손편지 앞을 떠나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쏟았다. 그는 20대의 나이에 참변을 당한 희생자에게 친구와 가족들이 보낸 수십 장의 편지를 한참을 어루만지다 자리를 떠났다. 유족들이 머물던 공항 1, 2층 대합실의 구호 텐트도 대부분 비워졌다. 그러나 일부 유족들은 좀 더 이곳에 머물 예정이다. 신원미상 유류품 가운데 소유주 확인이 추가로 이뤄질 수 있고 장례비나 사고 서류 등도 처리하기 위해서다. 전남경찰청은 소유주가 확인된 204점의 유류품이 유족에게 인도됐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600여 점에 대해서도 소유주 확인이 이뤄지면 현장에 있는 유족에게 곧바로 인계할 방침이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4일까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28만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까지 무안공항과 무안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서울시청 본관 등 전국 105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총 28만5,060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전남·광주 23곳과 나머지 지역 37곳 등 총 60곳의 합동분향소는 애도기간이 끝난 뒤에도 연장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