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를 메고 현장을 누비던 시절 가장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음악회 사진 취재였다. '찰칵… 찰칵…' 셔터 소리로 객석의 고요를 깨는 게 우선 싫었고, 그 때문에 관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건 더 싫었다. 최대한 살살 셔터를 눌러본들 변함없이 거슬리는 찰칵 소리. "거참, 셔터 소리 좀 안 나게 할 순 없나…" 민폐를 '끼치는 자'와 '당하는 자'의 입에선 종종 같은 푸념이 나왔다. 그게 불가능한 일인 줄 알면서도.
'사진' 하면 떠오르는 '찰칵' 소리의 원조는 수동 '필카'다. 셔터를 누르면 필름을 가리고 있던 셔터막이 순간적으로 열렸다 닫히고 반사경도 위로 접혔다 내려오는데, 그때 나는 소리의 조합이 바로 찰칵이다. 복잡한 기계 장치가 동시에 작동하다 보니, 사진을 찍을 때마다 소음이 나는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손바닥을 마주치면 '짝'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이 '원조' 셔터 소리는 그 후 20년 넘는 세월이 흐르는 사이 필카와 함께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DSLR'을 밀어내고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대세가 된 '미러리스' 카메라는 'Mirrorless'라는 표현 그대로 거울(반사경)이 없다. 셔터막은 아예 열어둘 수 있어 촬영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듣는 셔터 소리는 셔터 소리를 흉내 낸 전자음일 뿐. 원래 소음이 없으니 무음 촬영도 당연히 가능하다.
디지털 기술 발전 덕분에 바야흐로 '셔터 소리 좀 안 나게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최신 기술의 집합체라는 스마트폰은 여전히 찰칵 소리를 끌어안고 있다. 2004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몰카' 등 불법 촬영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휴대폰 촬영음을 의무화하면서부터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등 IT업계가 이 규정을 표준안으로 공유하면서 지난 20년간 국내 판매 휴대폰에 일괄 적용돼 왔다.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한 20여 년 전만 해도 이 '신문물'을 악용한 몰카 범죄가 고도화하기 전이라 촬영음 의무화로도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초소형 카메라와 드론 등 다양한 촬영 기기가 범죄에 이용되고 무음 촬영 앱이나 해외 구매 등 마음만 먹으면 휴대폰 촬영음 규제도 피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범죄 예방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2004년 231건이던 불법 촬영 범죄는 매년 증가해 2015년부터는 매년 5,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촬영음 의무화는 모든 스마트폰 이용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일괄 통제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다. 이용자들은 촬영음 때문에 오해를 받을까 봐 정당한 촬영마저 포기하는 불편을 감수한다. 촬영음과 무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이유다. 최근 국민권익위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3,851명 중 85%가 촬영음 자율화에 찬성했다.
촬영음을 자율화하면 불법 촬영이 더 늘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불법 촬영 범죄 예방은 촬영음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단속과 처벌,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일괄 규제로 거두는 효과보다 이용자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더 크다면 하루빨리 규제를 푸는 게 맞다. 5,000만의 휴대폰에 20년이나 부여해 온 방범 임무를 이제는 거두어들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