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마약류에 취한 남성이 운전하던 고급 외제차량에 치인 20대 여성이 결국 숨졌다. 사고 직후 피해자는 뇌사 상태에 빠져 3개월 넘게 투병해왔다. 피해자가 사망한 만큼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 형이 더 무거운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해광의 권나원 변호사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A씨가 25일 오전 5시쯤 혈압 저하로 인한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이날 장례절차를 마치고 A씨의 고향인 대구 인근의 한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했다.
A씨는 올해 8월 2일 오후 8시 10분쯤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인도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다. 사고 후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뇌사에 빠졌다. 가해자 신모(28)씨는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을 거쳐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을 포함해 7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당일에도 한 의원에서 처방받은 두 종류의 향정신성약물을 투약한 뒤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같은 달 18일 신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당초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약물운전 혐의만 적용했지만, 피해자에게 중상을 입히고도 신씨가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해 특가법상 도주치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를 추가했다.
현재 신씨는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기일에 출석한 A씨의 오빠는 "가해자가 일부 혐의만 인정하고, 도주치상과 마약 오·남용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올바른 판결이 나 엄중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가 사망하면서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판4부(부장 강민정)는 이날 신씨에게 적용했던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특가법상 도주치사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마약류 불법 투약 혐의는 경찰이 계속 수사하고 있어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의 다음 재판은 내달 6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