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고용허가제(E-9)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를 16만5,00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해당 제도가 시작된 2004년 이래 최대 규모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업종에는 음식점업·임업·광업 등이 새로 추가된다. 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노동계에서는 "국내 노동시장 생태계 파괴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양산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7일 오후 40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4년 외국 인력 도입·운용계획'을 확정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 등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비전문 외국 인력을 고용하는 제도로, 그간 제조업·건설업·조선업·어업·농축산업 등에서 운용돼왔다.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는 2015~2021년 연간 5만 명대 수준을 유지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해 6만9,000명, 올해 12만 명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 등 빈 일자리 문제가 부각되자 재차 외국 인력 도입을 늘린 것이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 일자리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장 실태조사 등을 거쳐 음식점업, 임업, 광업에도 외국 인력 고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음식점업은 우선 음식에 손이 많이 가는 '한식' 식당에 한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광역시 등 전국 100개 지역에서 시범 도입된다. 서빙은 안 되고 재료 다듬기나 설거지 등 주방보조 업무에 한해 외국인을 쓸 수 있다. 전국 산림사업법인 등 임업, 연간 생산량 15만 톤 이상 금속·비금속 광산업체도 외국인 고용이 허용된다. 음식점업은 내년 4월, 임업·광업은 내년 7월부터 고용 신청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동계는 '국내 일자리 질 개선과 이주노동자 처우개선이 먼저'라며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서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일시적으로 빈 일자리를 채워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돼 누구나 꺼리는 일자리로 전락할 것"이라며 "이주노동자 도입 확대는 처우 개선, 권리 보장과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정부의 외국 인력 체류 지원 강화 방안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