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지진(본진ㆍ여진)이 지열발전사업과 연관이 있어 정신적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포스코가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와 함께 배상 책임이 인정된 국가가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는데 먼저 불복 선언을 한 것이다.
28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포항지진 피해 주민들로 구성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가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소송 1심 결과에 대해 닷새 전인 23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포스코는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된 포항지열발전 기술개발 사업에 주관사인 ‘넥스지오’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포스코가 맡은 공정은 지상발전플랜트 설비 설계와 시공, 운전 분야로 100억2,300여만 원을 투입해 2017년 1월 착공한 뒤 같은 해 6월 말 완공했다. 그러나 넥스지오가 굴착한 지하 생산정의 배관 일부가 손상되면서 실제로는 플랜트 설비를 가동하지는 못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이유로 재판 과정에서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 공정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포스코의 지열발전사업 개발책임자와 연구원 1명이 지하 물주입 단계부터 과제 수행에 참여하고 △넥스지오의 지열수 순환시스템 구축을 구매하고 작업을 도와준 것 △연구부지 일대에서 300회가 넘는 미소지진(진도 1~3의 약한 지진)이 발생하고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일어나기 7개월 전 규모 3.1의 지진 발생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을 들어 포스코에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항소심을 준비하는 포스코는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신들의 주장이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다 추가 소송으로 배상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다. 포항지진 당시 인구(51만 명)를 감안하면 위자료 총액은 1조5,000억 원 규모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소송의 피고는 포스코 외 국가와 넥스지오인데 넥스지오가 파산해 포스코가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1심 재판부가 배상분담 비율을 정해주지 않아 판결이 확정될 경우 포스코와 정부가 향후 분담금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항소장만 제출했고 항소이유서는 아직 내지 않았다”며 “지상발전플랜트를 한 번도 가동하지 못해 포항지열발전이 지진에 영향을 줬다고 하더라도 (포스코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가 기관 소송 대리를 지휘하는 법무부 관계자는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한 산업통상자원부 의견을 받아보고 종합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포항시민 5만6,000여 명이 낸 소송에서 지난 16일 2017년 11월 15일 지진(본진)과 2018년 2월 11일 지진(여진) 등 두 지진을 다 겪은 원고에게는 300만 원, 둘 중 하나만 겪었다면 200만 원의 위자료를 책정하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