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업무 경찰 이관, 교육을 포기하는 것일 수 있다

입력
2023.11.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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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기피해 온 학교폭력 업무 일부를 경찰에 이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심각한 학폭이나 학교 밖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업무를 넘기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학폭 업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교사들의 현실에 공감하지만, 교육의 영역을 처벌의 영역으로 밀어내는 것이 적절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학폭 업무에 대해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학폭 업무를 맡으면 사안조사부터 보고까지 수십 가지 서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양측 학부모로부터 갖은 민원에 시달린다. 제한된 권한만으로 사건 진상을 파악하는 데 한계도 있다. 기피 업무 1순위로 꼽힐 만하다.

학폭 업무의 경찰 이관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지난달 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교사 간담회 이후라고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교사들의 어려움을 듣고 “학교폭력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다. 경찰에 일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학교전담경찰(SPO) 대폭 확대를 내놓기도 했다. 교사 상당수는 이런 움직임에 박수를 보낸다. 지난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에서 심각한 학교폭력은 경찰에 이관하자는 데 교사 92.1%가 찬성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전국 초중고교는 1만2,027곳에 달하는데 SPO는 1,022명에 불과하다. 경찰관 1인당 12개 학교를 담당한다. 학폭 업무 이관을 위해서는 적어도 수천 명 증원이 필요한데 경찰도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학폭 처리를 경찰로 넘기면 가해자 처벌만 있을 뿐 화해와 선도 등 교육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

힘들고 부담스럽더라도 학폭 처리는 최대한 학교와 교사가 맡는 것이 옳다. 경찰에 넘기는 건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 학령인구 급감으로 교사 공급은 과잉이다. 남는 교사들을 학폭 업무에 투입하고 교육청의 전담센터를 활용한다면 부담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교육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학폭을 처리하는 정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