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격은 달랐다. 이스라엘이 두달 가까이 공격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나온 여성·어린이 사망자가 21개월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나온 여성·어린이 사망자보다 많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포격 세례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역사적인 속도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집계한 사망자는 1만4,854명(지난달 7일 전쟁 시작 이후 이달 23일까지)이며, 여성(약 4,000명)과 아동(6,150명)이 70%에 달한다. 과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때는 하마스 대원들을 중심을로 한 남성 사망자가 약 60%였다. 이같은 성별 격차는 이번 전쟁에서 민간인 희생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라는 게 NYT 설명이다.
영국 독립 조사 단체 이라크보디카운트(IBC)의 추정에 따르면, 2003년 이라크 침공 첫해 미국과 동맹국이 죽인 이라크 민간인은 7,700명이었다. 가자지구에서 이 기록이 두 달도 안 돼 깨진 것이다. 가자지구의 여성·아동 사망자는 20년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가 살해한 민간인(1만2,400만 명, 미국 브라운대 전쟁비용 프로젝트 추산)까지 곧 추월할 기세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뒤 올해 9월 24일까지 러시아군의 공격에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성과 아동은 각각 2,707명과 555명이었다. 특히 가자지구의 아동 사망자는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24개국 분쟁 지역 전체 아동 사망자(2,985명)의 두 배가 넘는다.
민간인 사망자가 폭증한 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인구 밀집 지역에 초대형 폭탄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보다 면적이 작을 뿐 아니라 국경이 봉쇄돼 민간인들이 갇혀 있었다. 이라크 도시 지역을 때릴 때 500파운드 폭탄도 크다고 여겼던 미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아파트를 무너뜨릴 수 있는 미제 2,000파운드 폭탄을 가자지구에 거침없이 투하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전쟁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민간인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NYT는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때 보인 잔혹성이 이스라엘인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겼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보복 공격 수위 조절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미국 PBS방송 인터뷰에서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민간인 사망자 규모를 키운 건 이런 속전속결 욕심이었다. 전쟁 중에 폭격 전에는 민간인이 건물에 있는지부터 파악하는데, 이스라엘은 이런 과정을 생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