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일본 야구선수 가네코 인터뷰
"일본만큼 한국과 한국 야구 리스펙트"
일본 프로 구단 관심 받던 야구 유망주
도시바 팀 제안 받고 사회인 야구 입문
번트 대신 강공 택한 日 "안 변하면 쇠퇴"편집자주
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K스포츠가 위기에 섰습니다.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조차 선수가 없어 존망을 걱정합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호성적을 거두며 멀찍이 달아났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양국 스포츠 현실을 취재해 재도약의 해법을 찾아봤습니다.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 대표팀의 애칭)의 주전 지명타자로 출전한 일본 선수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는 일장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려 있다. ‘뽀빠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네코 도시후미(31)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한국계 아버지를 둔 일본인이다. 가네코는 지난달 2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을 사랑하는 만큼 한국과 한국 야구를 리스펙트(존중)하는 마음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보기술(IT)기업 도시바 야구단 소속인 그는 우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는 일본 사회인 선수들의 삶과 한일 야구에 대해 솔직히 속내를 들려줬다.
"은퇴하고도 회사 남을 수 있는 게 사회인 야구 매력"
후쿠오카 출신인 가네코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방망이를 잡았다. 중고교 때는 야구 부카츠(部活∙부활동) 소속으로 교내에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했다. 가네코는 “고교 야구 성적이 좋아 일본 프로야구(NPB)에 진출할 수 있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빼어난 타격 실력과 빠른 주력을 자랑했던 그는 연고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주니치 드래건스 등이 주목한 유망주였지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성인 야구 선수로서 가네코의 길이 정해진 시점은 대학 3학년 때였다. 도시바 야구팀으로부터 “함께 야구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다른 대기업 팀도 입단을 권했지만 도시바가 직장으로서 더 매력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일본 기업 야구팀 선수가 된다는 건 사원으로 취업한다는 의미다. 다만, 야구라는 업무를 추가로 맡는 셈이다. 가네코는 “야구팀 선수도 일반 직원과 같은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팀이나 개인 성적이 좋으면 여름이나 겨울에 보너스(상여금)를 더 받는 정도”라고 소개했다. 일본 사회인 야구팀의 실력은 NPB 1.5군급으로 알려졌고, NPB 평균 연봉이 4억 원(4400만 엔∙NPB 선수회 자료)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사회인 팀의 장점도 뚜렷하다. 가네코는 “도시바 선수들은 30세 전후로 운동을 그만두고도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에 남아 야구가 아닌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시바는 가전제품과 엘리베이터 등을 만드는데, 은퇴 선수는 영업 사원으로 변신해 팔 수 있다. 가네코는 “야구부를 바라보는 회사 내 시선이 매우 따뜻해 은퇴 선수가 업무 처리가 서툴러도 도와주며 기다려준다"며 "이 때문에 선수 은퇴 후 회사를 떠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프로 무대를 밟을 정도의 실력 있는 선수가 사회인 야구팀에 남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런 직업적 안정성 때문이다.
스몰볼 버린 일본 "한국에 힘으로 붙어 이기고 싶어"
가네코가 속한 일본 야구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땄다. 특이한 점은 일본 야구 특유의 '스몰볼'(작전에 기반해 1점씩 쌓아가는 야구)을 버렸다는 사실이다. 중국전에서 한 점 뒤진 9회말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는데 번트 대신 강공을 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네코는 "이시이 아키오 감독이 '일본 야구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하라고 했다"며 "한국과 대만의 강한 선수들과 힘으로 붙어 지지 않는 팀을 만들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고정관념에 갇혀 진화하려는 시도조차 안 하면 일본 야구가 쇠퇴하고 인기도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시이 감독의 확고한 믿음이었다. 가네코는 "비록 항저우에선 (강공을 선택해 무득점에 그치는 등) 결과가 안 좋았지만,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누가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도 물었다. 가네코는 “1번과 4번 타자”라고 꼽았다. 김혜성(24∙키움)과 노시환(23∙한화)이다. 그는 “보통 파워가 좋으면 주력이 떨어지고, 스피드가 좋으면 파워가 딸리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1번 타자는 둘 다 갖췄더라”고 평가했다.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노시환을 두고는 “힘이 정말 엄청났다. 그 선수가 2타점 적시타를 쳐서 우리(일본)가 졌다”고 말했다.
사회인 야구 9년차 베테랑인 가네코는 "사회인 야구 선수로 이룰 건 다 이뤘지만 아직 팀 우승이 없어 남은 선수 생활 동안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에 한국계라는 걸 언급해도 될지 묻자 망설임 없이 말했다.
"제가 한국계라는 걸 많이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 친구들이 생길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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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