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감형을 받기 위해 반성문도 제출했지만 법원은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전략적이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 김태업)는 24일 오전 정유정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은 계획적이고 치밀한 준비에 의한 것으로 무차별적이고 아무 관계가 없는 대상에 대해 범행을 저질러 엄중하게 처벌할 사유가 충분하다”면서 “관련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돼 수감생활을 통해 참회하고, 속죄하도록 살아가게 할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타인에게 원한을 사지 않아도 일상적인 생활에서조차 언제든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져 엄중 처벌의 목소리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밝고 친절한 성격이었고 피고인과 원한을 산 적도,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왜곡된 욕구 탓에 극도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됐다”며 “피고인은 성장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원망, 대학 진학 실패 등에 무력감을 느껴 자신의 삶을 외면하고 사체 유기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유정이 제출한 반성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불행했던 처지를 알아달라거나 살고 싶다는 내용으로 사죄하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며 “진심으로 반성을 하는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지 의심스럽다”고 진정성을 의심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체포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보인 모습은 마치 미리 대비해 둔 것처럼 너무나 자의적이고 전략적이었다”는 말도 했다.
정유정 측 변호인이 양극성 충동장애와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감형을 주장했지만, 김 판사는 범행이 주도면밀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하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유정은 이날 연녹색 수의 차림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가 판결 선고가 나자 다소 흐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유정과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있어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된다면 정유정은 가석방이 가능하다.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무기수는 최소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신청 요건이 생기고 행정 처분으로 가석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받고 수감되는 수형자가 교정 성적이 우수하거나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교정기관이 가석방 심사를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무기징역은 가석방이 가능하니 사형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은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20대 여성 A씨 집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이후에는 범행 전에 또 다른 2명을 살해하려고 유인한 범행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