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행정망 마비 사태'에도… "재난 아니다"는 행안부

입력
2023.11.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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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간 이상민 장관 대신 고기동 차관 국회 출석
'재난 미분류' 질타에 "이튿날 복구, 재난 아니다"
회의 중 조달청 마비, 여당도 "단순 넘길 일 아냐"

행정안전부가 17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면서도 “재난으로 보진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각종 서류 발급부터 전입 신고, 부동산 거래, 화장장 예약까지 일상 곳곳에서 큰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인식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행안부의 안이한 태도를 질타했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 당시 정부가 재난으로 규정해 강경 대응한 사실을 예로 들며 이번엔 재난으로 분류하지 않은 이유를 고기동 행안부 차관에게 따져 물었다.

고 차관은 “피해 확대 가능성과 지속성을 봤을 때 재난으로 판단하진 않는다”며 “이튿날 아침에 복구된 상황도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재난 분야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담긴 재난 유형 41개 중 정보통신사고에 해당하지 않냐”고 재차 질의했지만, 고 차관은 “통신 분야 매뉴얼이 행정전산망에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월 법원 전산망 마비, 6월 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오작동까지 올해에만 세 차례나 정부 전산망 오류가 발생한 사실을 거론하며 “전산망 마비를 재난 분야 위기로 분류하고 매뉴얼을 수립했어야 한다”고 질타했다. 고 차관은 “앞으로 충분히 보강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톡 사태 때와 달리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카카오톡 재난문자는 사고 이틀 후 복구 관련 내용이었다”면서 “이번 사태 때는 당일 오후 대체 서비스 사이트에 대한 안내가 나갔다”고 해명했다.

정확한 피해 현황과 책임 소재, 보상 대책을 묻는 질문에 고 차관은 “전산망 장애로 미처리된 전입 신고 6,544건은 소급 처리했다”며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피해 상황을 파악해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가 1시간가량 멈췄다는 소식에는 여당 의원인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마저 ”단순히 넘길 일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와 디지털정부 양해각서(MOU) 체결을 하러 출국해 이날 불참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안부 차관이 현안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보여준다”고 꼬집었고,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런 엄청난 사태에도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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