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개 도살을 막기 위해 농장에 진입한 동물단체 활동가 등 11명이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동물단체는 정부와 여야가 개 식용 종식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불법으로 도축되는 개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행동까지 처벌하는 것은 민간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23일 김포경찰서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올해 5월 경기 김포시의 개 사육농가에서 불법으로 개를 도축하는 정황을 확인한 뒤 이를 막기 위해 농장으로 진입한 활동가 8명과 언론사 PD 3명 등 총 11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제보를 받고 농장에 간 이들은 경찰에도 제보 내용을 신고했지만 경찰이 도착하기 전 농장에 진입해 주거침입 혐의를 받는다.
동물단체는 사건의 위급성을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도살로 의심되는 개의 울부짖음 소리와 토치로 털을 태우는 냄새 등을 통해 즉시 구조하지 않으면 개들의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멈추게 하기 위해 일부 활동가가 개농장 안으로 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어 "긴급한 상황에서 동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행동까지 처벌한다면 동물보호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의 역할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앞으로 위법한 동물학대 행위를 적발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농장에 진입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모두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는 "농장 진입은 불법 개 도살을 막기 위한 정당행위였다"며 "더욱이 주거침입의 실행행위를 하지 않은 이들까지 전원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당시 개 농장에는 발이 빠지는 '뜬장' 속 700마리가 넘는 개들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바닥에 나뒹구는 개 사체를 비롯해 갓 태어난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 개도 발견했다. 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농장주에 의해 활동가들이 내쫓긴 뒤 도착한 경찰과 김포시 담당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개 사체나 불법 도축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절박한 상황에서 활동가들은 생명 우선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명 캠페인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포경찰서 측은 실정법 위반 사안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입장이다. 김포경찰서 관계자는 "송치 전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개를 구하거나 보도를 하기 위한 공익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농장에 진입한 점은 법을 위반한 부분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1명 가운데 2명이 밖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공동정범으로 판단해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