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 시스템 구축 방안을 본격 검토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스템 구축에 부정적이었던 당국이 '불법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언하면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23일 금융투자협회 및 투자업계와 함께 '무차입 공매도 방지 전산 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16일 민·당·정협의회에서 발표된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 후속 조치로, 참석자들은 월 1회 이상 회의를 열어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실현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는 기관 간 대차거래가 수기로 관리돼 '불법의 유혹'에 빠지기가 쉬운데, 모든 거래를 전산에 등록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TF는 전산 시스템 구축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원점'부터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3년 전 전산 시스템 도입 방안을 검토한 국회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고 효용보다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선례가 없다는 부담도 크다. 이번에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세계 최초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무차입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에 부정적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전 세계에서 목적과 형태가 상이하게 진행되는 모든 대차거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술"이라며 "외국인 투자 비율이 높고 중요한 우리나라에서 세계 그 어떤 곳도 안 하는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말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고 이달 초 정부가 공매도 금지를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주 민·당·정협의회에서는 내년 6월까지 전산 시스템을 포함한 공매도 제도 정비 '약속'도 나왔다.
이날 TF에 참석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불법 공매도의 실체가 확인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간 제기된 공매도 논란을 해소해 우리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