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에 따른 농어촌 피해를 줄이기 위해 10년 한시로 도입한 농어촌특별세(농특세)가 10년 추가 연장을 통해 수명을 40년으로 늘리게 됐다. 농특세는 도입 취지를 달성했고, 재원도 농어촌과 무관한 증권거래세 등으로 마련해 '낡은 세제'로 지적받는다. 하지만 정부, 정치권은 농특세가 타당한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세수 감소, 농어촌 반발 등을 이유로 털끝도 건드리지 않았다.
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는 20일 내년 6월 도래하는 농특세 일몰 기한을 10년 연장하는 정부 세법개정안을 원안 통과시켰다. 농특세는 1994년 시행 이후 이번까지 10년씩 세 차례 일몰을 늦췄다. 농특세 규모는 1994년 2,904억 원에서 올해 6조8,000억 원(전망)으로 23.4배 커졌다.
농특세를 향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농특세는 목적세이다 보니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어렵다. 7조 원 안팎인 농특세는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란 돈주머니로 들어가 △농어업 경쟁력 강화 △농어촌산업기반시설 확충 △농어촌지역 개발 사업 등에 투입된다.
이처럼 농특세는 특정 용도로만 쓰도록 칸막이가 있어, 농어촌 지원 명분이 약해지거나 세금이 남아도 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다. 우루과이라운드로 어려움을 겪은 농어민 지원이란 농특세 도입 목적이 여전히 유효한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농특세 재원 조달 방식도 의문을 낳는다. 농특세는 시장 개방으로 이익을 본 쪽에서 세금을 부담하는 게 합리적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특세는 납세자가 증권거래세·종합부동산세·개별소비세·레저세·취득세로 내는 세금의 일부를 가져가고 있다. 주식 투자자,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농특세를 부과할 근거가 약하나, 이 과세 체계는 30년간 유지됐다.
농특세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일리가 있다. 정부 입장에서 농특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는 뼈아프다. 약 7조 원을 고스란히 메우려면 국채 발행 등 나랏빚 확대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농어민 등 이해당사자 반발 역시 불가피하다.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18조3,000억 원만 보면 농특세가 기여하는 비중은 30% 안팎에 달한다. 농특세를 없앴다간 직불금 등 농어민 지원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부, 여야 모두 오래전부터 지적된 농특세 문제점은 외면하고 10년 재연장을 확정한 점이다. 농특세처럼 10년씩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세제는 드물다. 10년마다 개편 기회가 있는 만큼 일몰을 늦추기 전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하나 농특세는 기재부, 국회 조세소위에서 사실상 '프리 패스'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농특세는 과세 방식이 합리적인지, 현재 시점에 별도로 필요한 세금인지 등 검토할 사안이 많다"며 "농특세 연장 여부를 떠나 정부와 여야 모두 머리털 하나 건드리지 않은 건 대단히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농특세 대안으로는 '2008년 모델'이 거론된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농특세를 일반회계로 통합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돈주머니만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일반회계로 옮기고, 농민 지원은 유지하는 절충안이었다. 다만 이 방식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농특세를 증권거래세, 종부세 납세자 대신 시장 개방으로 이익을 얻은 제조업에 부과하고, 사용 목적도 지방 소멸 대응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특세를 만약 폐기하더라도 기존 정부 지원은 그대로 이어가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