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보리, 와인, 랍스터 등 호주산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있다. 이달 초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일부 풀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중국이 미국 동맹국들과의 갈등 수위를 낮추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3일 "중국과 호주 관계가 해빙되는 상황에서 많은 호주 상품의 수입이 재개됐거나 재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앨버니지 총리의 중국 방문이 양국 관계에 자극을 줬다"며 "지난달 호주산 보리 수입이 다시 시작됐고 와인과 랍스터도 곧 수입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8,800만 달러(약 1,143억 원)어치의 호주산 보리를 수입했다. 2020년 5월 호주의 보리 수출 회사에 반덤핑 관세 등의 명목으로 80%의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수입을 중단한 지 3년 6개월 만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달 4~7일 중국을 찾아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두 정상은 "양국 협력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며 중국이 호주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 철회에 의견을 모았다.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었다.
호주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준 와인과 랍스터 수출도 곧 재개될 전망이다. 판쉬빙 중국수산물가공협회 이사는 "호주산 랍스터 수입 재개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올해 안에 수입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호주산 와인 역시 내년 5월 이전에 수입 재개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동맹인 호주와 중국은 극심한 외교적 갈등을 빚어왔다. 호주는 2018년 미국의 요청에 따라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발원지를 국제사회가 조사해야 한다"며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했다. 2021년에는 미국, 영국과 함께 중국을 겨냥한 3자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했다. 중국은 호주산 제품 10여 종에 초고율 관세를 물려 수입을 막았다.
중국이 호주에 손을 내민 것은 서방과의 긴장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대결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긴장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서는 "이견을 잘 관리하자"고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경제난 타개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과의 갈등을 관리해 중국을 겨냥한 수출·투자 통제 흐름을 늦춰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