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거주하던 시크교도 지도자가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시크교도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었으나 저지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에도 인도 정부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이 고위급 채널을 통해 항의했다고 AP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암살 모의 대상은 미국과 캐나다 복수 시민권자이자, ‘시크 포 저스티스’ 법률 고문인 쿠르파완 싱 파눈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를 포함한 시크교도 분리주의자들은 인도 북부 펀자브 지역을 인도로부터 분리해 시크교 국가 ‘칼리스탄’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파눈은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시크교도 분리주의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시크교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국민투표 운동을 이끈 핵심 인사다. 파눈은 FT에 “인도는 캠페인을 주도한 나를 죽이려 한다. 인도의 초국가적 테러리즘은 미국 주권에 대한 직접적 도전”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암살 모의를 적발한 뒤, 인도 정부가 이를 인지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인도 측에 직접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고위급 레벨을 포함해 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우려를 인도 정부에 전달했고, 인도 측은 놀라움과 우려를 표명했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조사 중이고, 향후 며칠 내 추가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도 외무부는 “테러리스트와 조직 범죄자의 정보를 미국 측이 공유했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당국 조사가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현재 미국 연방검찰은 암살을 모의한 용의자 최소 1명을 뉴욕 지방법원에 기소했으나, 관련자 중 한 명은 이미 미국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지난 9월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단체 지도자인 하디프 싱 니자르가 피살된 사건 배후에 인도 정부 요원이 있다고 밝혔고,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캐나다가 인도 외교관 한 명을 추방하자, 인도는 자국 주재 고위급 캐나다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캐나다인에 대한 비자 발급도 잠정 중단됐으나 최근 일부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