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사이렌에 심장 떨려" 일본, 북한 위성 발사에 '호들갑' 이유는?

입력
2023.11.22 19:00
오키나와에 피난 경보 발령
위성 대신 '미사일'이라고 표현
주민들 "공습경보인 줄 알았다"

북한이 21일 밤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일본 정부는 즉각 오키나와현에 피난 경보를 발령하고 자정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여는 등 긴급하게 대응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자정을 전후로 두 차례나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대응을 한 것이다. 한밤중에 사이렌이 울린 일본 오키나와현에선 주민들이 “공습 경보인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본 정부는 위성 발사 직후인 21일 오후 10시 46분쯤 오키나와현에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한 피난 경보를 내렸다.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약 30분 후 “미사일은 태평양으로 지나갔다”며 피난 지시가 해제됐지만, 그사이 오키나와 주민은 미사일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오키나와 본섬 남쪽 요나구니지마에 사는 고령의 축산업자는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고요한 밤중에 사이렌이 울리니 섬 전체가 진동하는 듯했다”며 “정말 심장에 나쁘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시의 한 직장인도 산케이신문에 “술집에서 사이렌을 들었는데 공습경보 같았다”고 말했다.


일본, 북한 위성 발사도 '탄도미사일'로 발표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위성을 실은 발사체'를 구분해 발표하는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일본 정부는 둘 다 탄도미사일이라고 지칭한다. 오키나와 지역 언론 류큐신보의 기자는 22일 오후 마쓰노 장관 회견에서 “경보를 발령할 때 미사일인지 다른 목적의 발사체인지 알려준다면 주민들이 덜 무서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쓰노 장관은 “위성 발사 목적의 발사인지 탄도미사일 발사인지는 즉시 판별하기 어렵다”며 “판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빨리 경보를 발령하고 있으며, 이때 미사일이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한 "위성 발사 성공" 주장엔 의구심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마다 즉각 총리 관저에서 관계 장관을 소집해 NSC를 열고,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될 때마다 피난 경보를 발령한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부터다. 2017년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아베 전 총리는 북한이 그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자주 발사하자 피난 경보를 발령하거나 고속열차인 신칸센 운행을 일시 정지하는 등 국민이 위험을 체감할 수 있도록 대응했다. 안보 불안감이 고조된 덕분에 중의원 해산 후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후임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아베식 북한 미사일 발사 시 대응책을 답습해 왔다.

한편 위성 발사가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일본 정부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마쓰노 장관은 2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현시점에서 지구를 도는 궤도에 위성이 진입한 것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요미우리신문과 민영방송 닛폰텔레비전 등은 “속도와 고도가 약간 부족했다. 북한의 발표는 사실 여부가 의심된다”는 방위성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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