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수요조사 발표 다음날… 의정 협상장 박차고 떠난 의협

입력
2023.11.22 18:20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안건 논의 못한 채 파행
의협, 수요조사 발표 강력 반발 "정부가 여론몰이"
정부 "의사 부족한 의료현장 현실 직시해야" 반박
30분 만에 회의 종료… 다음 회의 개최 여부 미정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 후 처음 진행된 의정 협상이 날 선 언쟁으로 파행했다. 결국 향후 일정 조율도 없이 의사 측이 먼저 자리를 뜨면서 회의는 30분 만에 끝났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개최했다. 전날 복지부가 전국 40개 의대가 당장 내후년 입학정원을 지금의 2배 가까이로 늘리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의협은 초장부터 정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기 협상단장으로 지난 15일 상견례를 겸한 첫 협의체 회의를 가졌던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의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복지부 협상단을 향해 "일주일 전 '0부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해놓고 시작하자마자 정부가 핵폭탄을 날렸다"며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수요조사를 발표하는 건 여론몰이 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발언에서는 "정부가 의료계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신중한 검토 없이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면, 의료계는 강경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발생하게 될 필수·지역의료 붕괴와 이로 인한 국민 피해의 책임은 모두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제 막 의대 증원의 첫발을 뗀 상황에서, 의료계는 벌써부터 총파업과 강경투쟁을 언급한다"며 "의사 부족으로 진료실 문을 닫는 의료현장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일하는 병원의 인력은 부족하고 수억 원 연봉으로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 정작 의사를 길러낼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반대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의정은 당초 이날 필수의료 붕괴 문제 해소를 위해 중증‧필수의료 적정 보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의협 협상단이 먼저 회의장을 떠나면서 약 30분 만에 종료됐다. 다음 회의 일정도 정하지 않은 채였다. 의협이 전날 정부가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던 만큼 예고된 파행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동호 의장은 회의장을 나와 "예정된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끝났다"며 "일요일(26일)에 열리는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협의체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실 국장은 "회의가 충분한 논의 없이 종료돼 매우 유감"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의료현안협의체와 여러 회의체를 통해 의료사고 부담 완화, 수가 정상화, 의대 정원 확충 논의 등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무산에 결정타를 날렸던 전공의들도 의대 수요조사 발표에 반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런 터무니없는 숫자를 토대로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거냐. 정부가 부르짖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 있냐"며 "(정부가)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