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개통되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구간의 신설 역사 이름이 너무 길어 부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으나 관할 지자체는 위원회에서 이미 의결된 사항이라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공무원으로만 구성된 이 위원회는 역명 선정때 간결한 명칭이 3배수 안에 올라왔는데도 이를 무시해 이용객들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22일 경북 경산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시정조정위원회를 열어 1호선 안심~하양 연장구간의 2개 역사 이름을 '부호경일대호산대'역과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결정했다. 지역과 대학 이름을 동시에 넣으면 대학도시 경산의 이미지 개선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그 후 대구권에서는 "역 이름 떠올리다가 지하철 놓치겠다", "역 이름이 암호같다", "대학 이름이 '하양대구가톨릭대'로 오해하기 딱 좋다"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산시 하양읍 부호리 일원의 '부호경일대호산대'역의 경우도 '부호'가 행정구역 명칭인 사실을 잘 몰라 '부호경일대'와 '호산대'가 합쳐진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이들 2개 역명은 모두 8자로 되어 있어 역이 개통하면 현재 대구도시철도 1~3호선 92개 역명보다 더 긴 이름으로 기록된다. 지금은 3호선의 '수성구민운동장'역이 7자로 가장 길다.
대구도시철도를 운영하는 대구교통공사도 최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경산시에 역명 간소화를 건의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현행 1, 2호선 열차 내 행선안내시스템 화면에 '이번역' 뒤에 7자까지 안내할 수 있는데, 8자가 되면 글자를 빼거나,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경산시가 결정할 문제지만, 대구도시철도 운영과 관련되는 문제라 지자체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경산시 시정조정위가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총 10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탓에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경산시는 역명 선정을 위해 주민의견부터 수렴했고, 하양읍 이장협의회의 추천도 받아서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산시는 역명조정 건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지난 시정조정위때 역당 3배수 추천된 이름 안에 간결한 '부호'역과 '하양'역도 있었지만 대학이름을 챙겨주기 위해 긴 명칭을 정한 터라 새로운 선택지도 마땅치 않은 탓이다.
이에따라 '부호(경일대·호산대)', '하양(대구가톨릭대·대구대)'처럼 역명을 간결하고 정하고 필요한 명칭을 병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구의 한 교통전문가는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역이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짧게 조정하고, 대학도시 경산답게 주변 대학을 병기해주는 방식이 좋을 듯하다"며 "안심~하양 연장선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때 진량공단과 대구대 학생도 힘을 보탠 사실을 감안하면 병기방식으로 할때 대구대도 포함시킬 수 있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