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반출', '주소이전 면직'... 대구 기초의회 "혼돈"

입력
2023.11.22 18:00
배광호 수성구의원 주소 이전 자동면직
A 수성구의원, 우산 35개 무단반출 적발 
권경숙 중구의원, 수의계약 이익 확인
남구의원 연수보고서에 '피곤하기도 하였다'
"실효성 있는 자정작용, 의원 경각심 필요"

대구의 기초의회가 의원들의 우산 무단반출과 주소지 이전에 따른 의원직 박탈, 무성의한 해외연수보고서, 본인 회사와 행정기관간 수의계약 등 비상식과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22일 대구시선관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민의힘 소속 수성구의회 배광호 의원은 지난해 9월 경북 경산시로 주소를 옮긴 사실이 드러나 자동 면직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수성구의회 윤리특별위원장인 A 의원이 의회 방문객에게 기념품으로 주는 1만 원 상당의 우산 35개를 자신의 차량에 옮겨 실었다가 적발되면서 경찰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수성구의회 관계자는 "기념품은 의원 당 일정량이 정해져 있어 자신의 몫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교육을 통해 논란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구의회는 권경숙 의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돌입했다. 중구의회에 따르면 권 의원은 지난 2019~2022년 자신의 업체 1곳 등 2곳과 중구청 4개부서 등 총 2개 기관 5개부서가 모두 17건에 이르는 수의계약을 체결해 1,000만 원 가량 수익이 확인됐다. 중구의회는 이달 중 본회의에 징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16~20일 외유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총예산 2,115만 원을 들여 일본으로 국외연수를 다녀온 남구의회는 결과보고서도 허술하게 제출해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남구의회가 공개한 '2023년도 대구 남구의회 공무국외출장 결과 보고서'에는 연수개요와 별도로 참여 의원 6명 중 5명이 남긴 소감문이 담겨 있다.

해당 소감문 중에는 '피곤하기도 하였다', '외유성 논란으로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이다'라는 신세한탄에 '연수는 알차고 유익하였으며'라는 자평까지 곁들여져 있다. 남구의회 관계자는 "하루에 10㎞이상 걷는 강행군을 녹인 것"이라며 "고생한 만큼 의정에서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최근에는 수성구청을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수성구의회 의원과 수성문화재단 대표이사 B씨 사이에 욕설이 섞인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정대현 수성구의원은 "행정사무감사 차원에서 갑질 의혹 임직원에 대한 채용 자료 요청 등을 묻는 말에 수성문화재단 대표이사가 반말과 고성으로 발끈하며 욕설도 내뱉었다"라고 주장했다. 수성문화재단 측은 "항의 차원에서 언성은 높아졌으나, 요청한 자료는 개인정보보호법을 넘어서 공개하기가 어려워 수차례 설명을 드렸다"라고 항변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의원의 무지와 일탈 등 개인적 문제가 의회 전체로 번지기 때문에 의원 개인의 경각심이 요구된다"며 "공무국외출장심의위원회 등 제도가 취지대로 작동해야 하고 의회는 자체적으로 실효성 있는 자정작용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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