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은 '저축'이자 '세대 간 계약'이다. 일하는 동안 모은 돈을 노후에 받는 개념인 동시에,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의 연금을 부담하기 때문. 그러니 저출생 초고령 사회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젊은 세대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이 모두 경험했던 '연금개혁'은 그래서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세대·계층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연금개혁은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될 만큼 어렵다. 연금개혁이 동력을 받기 위해서는 연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필수다.
김태일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의 신간 '불편한 연금책'은 연금제도 전반을 설명하고,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한다. "우리가 더 잘 알수록 연금은 삶을 더 윤택하게 해준다"는 게 그의 지론. 많은 전문가들처럼 저자 역시 짧은 가입 기간과 넓은 사각지대 때문에 현재 우리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이란 본연의 역할을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제시한 개혁안은 '가입 기간을 늘리자'는 것. 정치권에서 나오는 명목상의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니라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현재 60세로 돼 있는 납부기한을 수급 연령(64세) 직전까지로 연장하고 18세부터 자동 가입하도록 하는 세부안도 제시한다.
이미 숱하게 나왔던 제안들이지만 왜 이런 개혁안들이 번번이 불발됐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저자는 '음모 이론'이란 단서를 붙인 뒤 국민연금 등이 "공무원과 사회 상위계층의 관심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저자의 의심이 맞건 아니건, 연금을 둘러싼 사실을 공유하는 일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