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낙엽과 솔방울, 나뭇가지가 아이들을 위한 놀잇감이 될 수 있을까

입력
2023.11.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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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두 달 마을 놀이터'

길가에서 봄나물 찾기, 나뭇가지로 활 만들기, 잠자리 애벌레 기르기, 마른 풀대를 잘라 안경 만들기······.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 장난감을 대형 마트만 가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볼거리가 넘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길거리의 낙엽과 나뭇가지, 솔방울 같은 것이 유익한 놀잇감이 될 수 있을까.

책 '열두 달 마을 놀이터'에는 어느 마을에서나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동물과 식물로 할 수 있는 자연놀이 415가지가 담겨 있다. 서울 북한산 자락 마을에서 30년 가까이 동네 아이들과 자연놀이를 해온 부부 작가 '붉나무(강우근, 나은희)'는 계절마다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꽃, 나무, 벌레, 새 등 580종의 특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더했다.

황매화 가지 속심으로 귀걸이나 목걸이를 만들고, 속심을 뺀 가지로는 피리와 빨대를 만들어 놀 수 있다는 걸 누가 알려줄 수 있을까. 흙 속의 콩벌레와 쥐며느리, 너구리거미의 그림을 보고 나면 예전에는 뭉뚱그려 '벌레'라 통칭했던 존재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감나무에 찾아온 새들도 다 같은 새가 아니었다. 참새, 박새, 곤줄박이, 쇠박새, 오목눈이, 직박구리···.

자연놀이는 자연을 소재로 활용하지만, 결코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잠자리와 벌레는 잡아서 살펴본 뒤 있던 자리에 다시 놓아주고, 풀꽃을 한 잎 한 잎 뜯으며 가지고 논 다음 책갈피에 끼워 말린다. 애써 시골에 가지 않아도,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마을에서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동식물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에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태적 삶을 가르치고 싶은 교사와 부모에게도 유용한 길잡이가 된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