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설에 화답하듯 지난주 대구에 이어 21일 대전을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정치인에게나 어울리는 화법을 구사하거나 거물 정치인의 필수인 팬덤 관리도 마다하지 않으면서다. 국민의힘은 한 장관의 입당과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장관은 이날 대전에서 열린 한국어 능력평가(CBT) 대전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만약 여의도에서 일하는 (국회의원) 300명만 쓰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문법이라기보다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며 "저는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 화법이 여의도 문법과 다른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말로 해석되면서 총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대전 방문은 지난 17일 대구 방문처럼 법무 정책 현장 방문 차원이었지만, 정치권에선 한 장관의 발언 등으로 볼 때 사실상 총선 행보를 시작했다는 시각이 다수다. 오는 24일에는 울산 HD현대중공업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을 방문한다.
보수 지지층의 호응이 큰 한 장관 특유의 대야(對野) 전투력도 과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사 탄핵과 관련한 물음에 "만약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을 빼돌려 일제 샴푸를 사고 가족이 초밥 먹고 소고기를 먹었다면 그게 탄핵 사유가 되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이) 답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 정도는 (탄핵이) 된다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에서 그 정도는 인용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검사 탄핵에 대한 찬반을 넘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를 통한 공금 유용 의혹을 직격한 것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을 '후지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선 "송 전 대표 같은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이 겉으로 깨끗한 척하면서 '새천년 NHK(유흥주점)'에 다니고 대우 같은 재벌 뒷돈 받을 때 저는 어떤 정권에서든 재벌과 사회적 강자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했다"고 맞받았다. '내로남불' 사례를 들어 민주당 내 86세대 정치인들을 꼬집은 셈이다.
한 장관은 이날도 수십 명의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사인 요청에 응해줬다. 한 장관은 활짝 웃으면서 지지자들에게 "어느 지역에서 오셨느냐"고 묻는가 하면, 일정 지체를 걱정하는 목소리엔 "저 시간 많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한동훈 대통령' 구호를 외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한 장관은 지난 17일 대구 방문에서도 지지자들의 사인 요청에 장시간 응했다. 이에 한 장관은 "선의로 계신 분들에게 제가 별거 아닌 성의를 보인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동훈 등판론이 가시화하면서 국민의힘은 한 장관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한 장관이) 가지고 있는 많은 훌륭한 자질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 장관과 검사 선후배 사이인 유상범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한 장관 출마 가능성에 대해 "70% 정도 된다"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선 한 장관의 정계 진출을 상수로 보고 있다. 다만 그 방식이 내년 총선 출마로 나타날지를 두고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내각에 남아 있다가 대선 출마로 직행하는 것이 낫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