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국민과 당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도전과 희생에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험지 승부를 마다하지 않겠다며 각오를 밝힌 셈이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직 장관으로 여러 민생 과제들에 집중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아직 얘기되거나 정해진 바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인천 계양을에서 자신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너무 특정 지역, 상대방을 얘기하는 것은..."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어떤 도전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기본자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본인이 고민 중이라고 어제 저한테 전화가 왔다"며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이 이제 시작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원 장관의 결단이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기대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원 장관 출마지로 거론되는 인천 계양을은 2004년 분구된 후 7차례 국회의원 선거(보궐 포함)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 6차례 승리한 곳이다. 국민의힘 후보 입장에서 험지이지만, 이 대표에게 승리하거나 대등하게 승부를 겨룰 경우 단숨에 차기 대선 주자로서 체급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원 장관은 지난해 대선에서 '대장동 1타 강사'로 활동했고, 이후 '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국면에서 "민주당 간판 걸고 한판 붙자"며 이 대표와 적극 각을 세워왔다.
앞으로도 '원희룡 활용법'은 여권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앞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등 출마가 거론됐다. 또 당으로 복귀할 경우 선거대책위원장 등 요직을 맡아 전체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우세하다. 만에 하나 현 지도부가 실각할 경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한편 원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노후계획도시 정비특별법 연내 통과 촉구를 위한 주민간담회'에 참석해 국민의힘을 향해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서 올해 안에 통과시켜 달라"며 "정부도 해야 할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담은 법으로, 수도권 표심을 겨냥해 여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29일 소위에 상정되는데, 양당이 긍정적인 만큼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연내 통과도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