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출혈에도 미용 강행한 업주 검찰 송치... "적극적 관리감독 필요"

입력
2023.11.21 16:00
동물단체 "학대행위에 경각심" vs 원주시 "검찰 판단 기다려봐야"


강원 원주시의 한 반려동물 미용실에서 무리한 미용(털깎이)으로 동물학대 논란을 빚은 업주 등이 최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처럼 반려견 미용실, 호텔 등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에서 맡겨놓은 동물이 학대를 당했다는 분쟁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미용실 업체 대표와 미용사는 미용을 위해 맡겨진 반려견 '기복이'(7세)가 저항하자 강압적으로 미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개를 학대했다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목줄을 위로 들어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기복이를 제압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기복이가 영업장 바닥에 대소변을 보고 입가에서 출혈이 일어났지만 이에 대한 조치 없이 2시간가량 미용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보호자 김모씨가 미용을 마친 후 돌아온 기복이가 의식소실로 병원을 찾은 다음 미용실의 학대를 의심하고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하면서 밝혀졌다. (지난해 6월부터 동물미용실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기복이는 진료 결과 '경부 압박에 의한 호흡기 부종, 뇌압 상승에 따른 신경증상, 간부전으로 인한 급사 가능성'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업체 대표와 미용사를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원주경찰서에 고소했고, 경찰은 최근 이들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주시가 적극적인 행정조치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민경 카라 정책변화팀장은 "사건 직후 김씨는 원주시에도 기복이가 해당 미용실에서 학대당했음을 알리고 행정처분을 요청했지만, 원주시는 지금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미용실에서 동물학대 행위가 발생할 경우 최대 45일까지의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반면 원주시 측은 행정처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원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처음에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었다"며 "다만 업주가 학대 의도가 있었는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검찰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는 관내 반려동물 영업장이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고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영업정치 처분도 내릴 수 있는 만큼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국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피앤알(PNR) 대표는 "학대는 동물에게 부적절한 고통을 주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라며 "행정처분 결과와 형사적 판단이 반드시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경찰 조사까지 나온 상황에서 지자체가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반려동물 영업장이 생명을 다루는 특성상 사고가 난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사전 예방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최 팀장은 "영업장에서 발생하는 학대 문제는 은밀히 진행되기 때문에 드러나기 쉽지 않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영업장에서 일어나는 학대 행위에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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