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연결의 게임이다’는 격언이 있다. 어떻게 보면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인데, 서봉수 9단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것만 확실하게 배워도 유단자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결의 개념은 특정 형태가 직접적으로 끊길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아니다. 대부분의 행마는 끊긴다. 심지어 한 칸 뜀 행마조차 상대방이 마음먹고 끊으려 들면 무조건 끊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끊어오지 않는 것은 무리한 수법이기 때문이다. 돌의 연결이라는 개념에서 핵심은 내 돌들이 100% 안전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차단하려는 것을 무리수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판단은 대부분 수 읽기보단 경험을 통한 감각에서 나온다. 여러 대국을 통해 많이 끊고 끊기며 싸워봐야 수법을 이해할 수 있다.
박정환 9단이 흑1, 3으로 백을 차단하자 중앙 백돌 일곱 점이 곤경에 처한다. 백4의 한 칸 뜀에 흑5, 7은 상용의 맥. 연속 한 칸 뜀 형태를 차단할 때 쓰는 수법이다. 초읽기에 몰린 박지현 5단은 백8에 두며 수 읽기를 이어나갔는데 이것이 결정적인 실수. 9도 백1에 먼저 붙이는 것이 유일한 삶의 연결고리였다. 실전 백8과 흑9가 교환되자 백10의 붙임에 흑11의 반발이 가능해졌다. 이때 놓인 백12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한 수. 흑13의 묘수를 발견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10도 백3에 먼저 젖혀 뒀어야 해당 약점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 실전 흑17에 끊기자 백이 자력으로 연결할 방법이 모두 사라졌다. 백의 마지막 희망은 백18의 끊음을 통한 역습. 박정환 9단이 흑19로 버티자 백28까지 최후의 결전만이 남게 됐다.
정두호 프로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