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추락하자 집권 자민당에선 ‘포스트 기시다’, 즉 후임 총리 후보군을 둘러싼 하마평이 서서히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2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퇴진을 압박하는 노골적인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내년 가을에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물밑 작업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핵심부가 남성 일색인 가운데, 여성인 가미카와 요코 외무장관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지금은 특정 인사로 좁혀지기보다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되는 단계다. 우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 등 차기 총리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사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민당 비주류여서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인지도가 높은 고노 다로 디지털담당장관은 자민당 2위 계파인 아소파 소속이지만, 계파 수장인 아소 다로 전 총리는 그를 지원하지 않는다. 아소 전 총리가 3위 계파인 모테기파의 수장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을 민다는 얘기가 있다. 최대 계파인 아베파가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후 5명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어 단일 후보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2, 3위 계파가 미는 인사가 유리하다. 하지만 모테기 전 간사장은 국민들에게도 인기가 없고 오만하다는 평판 탓에 의원들 사이에서도 적이 많다.
2년 뒤 치러질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려면 호감도 높은 인물을 당 간판으로 깜짝 발탁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민영방송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이 가미카와 장관이다. 그가 총리를 겸임하는 자민당 총재가 되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다. 그는 이미지도, 동료들의 평판도 좋은 편이다. 도쿄대 졸업,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치행정학 석사, 미국 상원의원 정책보좌 경력 등 프로필도 좋다.
가미카와 장관은 일한의원연맹 소속으로, 지난달엔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한 국경일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가미카와 장관은 소수 계파인 기시다파 소속이다. 일본 데일리신초는 “가미카와 장관이 아베 전 총리에게 신뢰를 받았다는 점 때문에 아베파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아베파가 끝까지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그를 지원한다면 모테기 전 간사장과 승부를 겨뤄볼 만하다는 평가도 있다. 기시다 총리가 2년 전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것도 아베파의 지원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