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차 시장은 지난해 기준 거래 대수가 380만 대에 이른다. 산업 규모만 30조~4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으로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 '레몬마켓1'이라는 불명예를 안아 왔다. 구매자들은 '내 차가 혹시 침수차나 사고차는 아닐까' 하는 찜찜한 마음을 갖고 큰돈을 주고 차 키를 건네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국내 중고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 중고차 거래 플랫폼들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줄이면서도 가성비 좋은 차를 많이 내놓으려 애쓰고 있다.
①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 엔카는 중개·광고 플랫폼에서 거래 플랫폼으로 탈바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판매자 상품을 엔카가 직접 살펴보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중간에서 차량 진단, 판매, 결제, 탁송, 환불 등 중고차 거래 전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구매 서비스 '엔카홈서비스'가 있다. 딜러 매물을 엔카가 상담부터 탁송, 결제, 환불까지 지원한다. 인수하고 일주일 동안 타 보면서 불만이 있을 경우 환불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판매자에게는 객관적이고 선진화된 중고차 진단 및 검수 시스템과 새로운 판매 활로를, 구매자에게는 거래 신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②KB캐피탈이 운영하는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 역시 중개 사업자로서 허위 매물을 뿌리뽑기 위해 다양한 진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진단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구매 후 3개월, 주행 거리 5,000km 이내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 보상해 신뢰성을 높였다.
③케이카는 중고차를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오프라인 딜러십을 바탕으로 한 사업 모델을 운영하면서 온라인 채널을 가지고 있다. 케이카의 '내 차 팔기 서비스'는 사내 평가사가 고객을 찾아가 차량 진단 후 차량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점에서 타사와 비교된다. 이 회사 소속 차량 평가사는 무료로 고객 차량의 견적을 내고 계약서를 작성하면 하루 안에 매입 대금을 지불한 뒤 소유권 이전까지 돕는다. 중고차 거래를 단순 중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매입하는 만큼 신뢰도·신속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④리본카 역시 직매입 방식으로 중고차를 거래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유일 독일 '티유브이슈드(TÜV SÜD)' 인증을 획득한 중고차 센터에서 매입부터 진단∙수리∙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책임지면서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정보 비대칭을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10월 국내 완성차 가운데 처음으로 ⑤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판매 및 매입 과정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채널로만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정부 권고에 따라 주행 이력 5년, 주행 거리 10만㎞ 미만의 자사 차량 중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골라 인증 중고차로 판매한다. 현대차는 2024년 4월까지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2.9% 이내, 2025년 4월까지 4.1%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 역시 목표 점유율이 내년 4월까지 2.1%, 2025년 2.9%를 넘지 않아 매물 확장성은 제한적이다.
현대차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사들인 중고차는 센터에서 정밀 진단(차량 선별)과 품질 개선(판금·도장 등), 최종 점검, 품질 인증 등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된다. 전기차, 수소차, 상용차는 제외된다. 기아는 반면 일반 내연기관차에 더해 전기차까지 포함해 판매한다. 국내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소비자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시중 중고가보다 판매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과 함께 현대차 그룹 차량 외 제품은 살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