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20%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일본에서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으면 정권 유지가 위태롭다고 본다. 집권 자민당 지지율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2009년 정권 교체 직전의 아소 다로 내각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7~19일 실시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4%로, 한 달 만에 10%포인트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이 집권한 2012년 12월 이후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30%를 밑돈 것은 처음이다.
진보 성향의 마이니치신문(18, 19일 실시)과 지지통신(10~13일 실시)의 조사에선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나란히 21%였다. 마이니치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며 “아소 내각 때인 2009년 2월(73%) 이래 14년 만에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18, 19일 실시한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25%였다.
소득세 감세를 골자로 한 기시다 내각의 경제 대책이 선거용으로 받아들여진 데다 최근 차관급 인사 3명이 도덕성 문제로 사임한 것이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조사에선 소득세 감세안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61%에 달했으며, "선거용이기 때문"(44%)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마이니치 조사에선 차관급 인사의 잇따른 사임에 "기시다 총리의 책임이 있다"는 답변이 86%에 달했고, 자민당 지지자들의 70%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28%로, 201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지지통신 조사에선 19%로 20%대가 무너졌다.
다만 아소 내각 붕괴 때처럼 기시다 내각이 무너질 조짐은 현재로선 없다.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는 한 차기 중의원 선거는 2년 후에 실시되는 만큼 선거를 위해 자민당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포스트 기시다'가 될 만한 인물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권 심판 표가 옛 민주당에 집중되며 민주당이 부상했던 2009년과 달리 지금은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레이와신센구미, 일본공산당 등 야당이 난립하고 있다. 이번 요미우리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는 48%에 달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1월 미국 국빈방문, 3월 ‘춘투’(노사 임금협상)에서의 임금 인상 등을 계기로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내년 봄 이후에도 내각이 저조한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