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유지 위태로운 수준”...위기의 기시다, 지지율 또 떨어졌다

입력
2023.11.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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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자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
"2009년 아소 내각 붕괴 직전 양상"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이 20%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일본에서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으면 정권 유지가 위태롭다고 본다. 집권 자민당 지지율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2009년 정권 교체 직전의 아소 다로 내각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마이니치, "'지지하지 않는다' 비율 14년 만에 최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7~19일 실시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4%로, 한 달 만에 10%포인트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당이 집권한 2012년 12월 이후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30%를 밑돈 것은 처음이다.

진보 성향의 마이니치신문(18, 19일 실시)과 지지통신(10~13일 실시)의 조사에선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나란히 21%였다. 마이니치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며 “아소 내각 때인 2009년 2월(73%) 이래 14년 만에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18, 19일 실시한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25%였다.

소득세 감세를 골자로 한 기시다 내각의 경제 대책이 선거용으로 받아들여진 데다 최근 차관급 인사 3명이 도덕성 문제로 사임한 것이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조사에선 소득세 감세안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61%에 달했으며, "선거용이기 때문"(44%)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마이니치 조사에선 차관급 인사의 잇따른 사임에 "기시다 총리의 책임이 있다"는 답변이 86%에 달했고, 자민당 지지자들의 70%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자민당 지지율마저 10~20%대로 하락

요미우리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28%로, 201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지지통신 조사에선 19%로 20%대가 무너졌다.

다만 아소 내각 붕괴 때처럼 기시다 내각이 무너질 조짐은 현재로선 없다. 기시다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는 한 차기 중의원 선거는 2년 후에 실시되는 만큼 선거를 위해 자민당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포스트 기시다'가 될 만한 인물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권 심판 표가 옛 민주당에 집중되며 민주당이 부상했던 2009년과 달리 지금은 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레이와신센구미, 일본공산당 등 야당이 난립하고 있다. 이번 요미우리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는 48%에 달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1월 미국 국빈방문, 3월 ‘춘투’(노사 임금협상)에서의 임금 인상 등을 계기로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내년 봄 이후에도 내각이 저조한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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