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주 4일제 실험은 아직 개별 기업, 일부 업종에서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정부는 이와 사뭇 결이 다르게 노동시간 단축보다 '유연화'에 방점을 찍고 정책 개편을 추진 중이다. 반면 유럽, 북미 등에서는 정부와 시민단체 주도로 건강권 보장과 워라밸(일과 삶 균형)을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은 유지·향상할 방안을 찾기 위한 '대규모 주 4일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 사례로 국가 총 노동인구의 1.3%(2,500여 명)가 주 4일제 실험에 참여한 북유럽 섬나라 아이슬란드가 있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요구로 수도인 레이캬비크 시의회(2014~2019년)와 중앙정부(2017~2021년)는 임금 삭감 없이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에서 35~36시간으로 줄였다.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의료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이 참여했다.
실험 결과를 분석한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Autonomy)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자의 삶의 질과 워라밸은 개선되고 생산성 역시 유지되거나 향상됐다. 쉽게 얻은 성과는 물론 아니다. △효과적인 업무 우선순위 결정 방식 도입 △개인 사무는 업무시간 외 처리 △적고 짧고 집중적인 회의 △커피 시간 줄이기 등 현장 관리자와 직원 모두 '집중해서 짧게 일하기'에 머리를 맞댄 결과다. 국가 단위 실험으로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자 아이슬란드 노사정은 노동시간 단축을 보장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2021년 6월 기준 전체 노동 인구의 86%가 그 혜택을 받고 있다.
벨기에는 지난해 2월 아예 입법을 통해, 주당 근로시간(38시간)은 유지하되 근로자가 원할 경우 급여 손실 없이 4일만 일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했다. 스페인 정부는 2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일부 인건비, 교육비 등을 지원해 최소 2년 동안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예산은 965만 유로(약 136억 원)가 책정됐다. 포르투갈 정부도 올해 6월부터 이달까지 국제 비영리단체 '포데이 위크 글로벌'과 협업해 주 4일제 실험을 하고 있다.
2019년에 설립된 '포데이 위크 글로벌'은 주 4일제 실험에서 빠지지 않는 주체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6개월 동안 영국 61개 기업, 직원 3,3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실험을 벌였다. 이들이 추진하는 모델은 일명 '100:80:100'. 생산성을 100% 유지하되, 기존 근로시간의 80%만 일하고, 임금은 100% 다 받는다는 의미다. 올해 2월 발표된 실험 결과를 보면 참여 기업 92%가 주 4일제를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참여자 71%는 "번아웃 수준이 낮아졌다"고 답했다. 이 단체는 영국 외에도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브라질 등 각국에서 주 4일제 실험을 하고 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한국은 기업 주도나 노사 합의로 주 4일제가 국지적으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유럽은 국가 주도형 실험도 많다"며 "한국도 정부 지원하에 3, 4년 실험을 하다 보면 각 업종, 사업장 특성에 맞는 주 4일제 시행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