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중남미 최고 자산가인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 ②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③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④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⑤세르게이 브린 ⑥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⑦마이클 델 델테크놀로지 회장 ⑧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 ⑨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 ⑩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⑪에릭 슈밋 구글 전 CEO ⑫로린 파월 잡스 에머슨콜렉티브 회장.
전 세계에 기후위기의 경고등이 깜박이는 오늘날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다. 이들 ‘슈퍼 리치’ 12명은 무려 200만 가구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이산화탄소를 매년 내뿜으면서 기후위기 해결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의 보고서를 인용해 12명이 매년 배출하는 탄소량 1,700만 톤이 미국 210만 가구에 연료를 공급할 때의 배출량과 같다고 전했다. 이들이 요트와 전용기, 호화 저택 같은 화려한 삶을 누리느라 발생하는 '개인 배출량'도 많지만, 투자와 사업을 통한 '금융 배출량'도 막대하다. 금융 배출량은 탄소 배출 기업이나 화석 연료 사업 등에 대한 투자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정책고문 알렉스 메이틀랜드는 “요트와 전용기도 엄청난 환경오염을 일으키지만, 금융 배출량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슈퍼 리치들이 더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인류를 포함한 지구 전체가 피해를 입는 셈이다.
소득별 온실가스 배출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7,700만 명은 하위 66%에 해당하는 50억여 명과 같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 기준 상위 10%의 탄소 배출량은 인류 전체 배출량의 절반에 달했다. 또 소득 하위 99% 저소득층에 속한 1명이 슈퍼 리치 1명이 1년 동안 배출하는 만큼의 탄소를 사용하려면 1,50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과도한 탄소 배출은 기후변화를 부채질한다. 옥스팜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상위 1% 부자로 인한 탄소 예상 배출량이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제시한 탄소 감축 목표치(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를 달성하기 위한 배출량의 22배를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해는 빈곤층의 몫이다. 2030년까지 저소득 국가에서 홍수로 사망하는 사람은 지구 전체의 홍수 사망자 평균보다 7배 더 많을 전망이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부유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옥스팜은 “상위 1%의 소득에 60% 세율을 적용하면 영국의 총탄소배출량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린피스와 크리스천에이드 등 19개 환경·구호단체도 “기후 불평등 해소와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부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