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정한 3만 원 식사비 한도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필요성을 언급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권익위는 한국외식업중앙회를 찾아 현장 목소리도 경청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7년이나 지난 만큼 그동안의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식사비 한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엔 일리가 있다. 당시 식사비 3만 원의 기준이 2003년 제정된 공무원 행동 강령에서 온 점을 감안하면 현실화 당위는 더 커진다. 요식업계도 외식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을 살리려면 식사비 한도 조정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물가가 연일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식사비 한도까지 풀 경우 물가 오름폭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3.8%로 3개월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빵 우유 김밥 햄버거 가격 등은 2년 전과 비교하면 20% 안팎 급등했다. 청탁금지법상 규제에도 이런데 상한이 올라가면 가격 상승은 피하기 더 힘들 것이다. 물가 안정을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공언하고 이를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까지 동결한 정부가 물가 자극 정책을 펴는 건 앞뒤도 안 맞는다.
식재료인 농축산물 가격과 인건비는 급등했는데도 음식값은 올리지 못하고 있는 외식업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건 필요하다. 그러나 장사가 안 되는 이유를 식사비 한도로만 돌릴 순 없다. 무엇보다 식사비 상한을 올리는 건 깨끗하고 공정한 세상을 위한 법 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이미 식사비 한도가 형해화되었다는 지적이 틀리지 않으나, 실익은 적고 음식 가격을 올리는 빌미만 제공할 공산이 크다면 신중하게 검토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3만 원은 여전히 서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밥값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때가 중요한 만큼 민심을 살펴 추진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