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불통’ 81세 생일 바이든… 여론조사 밀리는데 캠프는 여유만만, 왜?

입력
2023.11.20 17:00
60세 적은 유권자는 모를 옛날 얘기만
18~34세 지지율, 9월 46%→11월 31%
“어차피 트럼프와 본선”… 측근의 낙관

20일(현지시간) 81번째 생일을 맞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목표는 내년 11월 대선에서 다시 당선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나이가 약점이다. 세대 차이는 청년층과 소통하는 데 장애물이고, 건강 상태도 불가피한 논란거리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인 대선 1년 전 여론조사 열세는 ‘고령 리스크(위험)’가 크게 반영된 결과다. 집권 민주당 내에도 불안과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의 대선 캠프는 의외로 여유만만하다. 무슨 까닭일까.

현직 대통령으로는 드문 대선 1년 전 열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 생일 하루 전인 19일 “(바이든이) 젊은 유권자들과 교감하는 데 애를 먹으며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밀레니얼 세대는 1981~1996년, Z세대는 1997~2012년 출생자를 각각 가리킨다. 20, 30대 유권자군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유는 바이든 대통령의 ‘옛날 이야기’다. 그는 연설 도중 자신보다 많게는 60세나 적은 청년 유권자들이 알지 못할 1970, 80년대 경험담이나 역사책을 떠올리게 하는 교훈담을 더러 소개한다. 그런데 젊은이들 입장에선 이를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게 신문의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198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은 수십 년 전 일화에 마음이 움직이기보다는, 높은 물가나 치솟은 임대료 등 ‘경제적 현실’ 문제에 좌절감을 표한다. 보수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이런 젊은 층 표심을 잡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책과 더불어 ‘불통’ 이미지도 함께 부각하고 있다.

저조한 바이든 대통령의 여론조사 성적 역시 나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CNN방송과 CBS뉴스, 폭스뉴스, 마켓대 로스쿨, 퀴니피액대 등 5곳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바이든 대통령을 2~4%포인트 앞섰다. 지난 80년간 미국 대선을 1년가량 앞둔 시점에선 대부분 현직 대통령이 10%포인트 정도 차이로 리드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상당히 드문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CNN은 고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뒤처지게 만든 최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9일 공개된 미 NBC방송의 지지율 조사 결과(미국 전역 유권자 1,000명 대상 10~14일 설문)도 같은 흐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46%)에 바이든 대통령(44%)이 2%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18~34세 지지율(31%)이 9월 조사(46%)보다 15%포인트나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이 청년들에게 한 일이 나이보다 중요”

민주당의 걱정은 당연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2명 넘는 민주당과 바이든 캠프 관계자의 의견을 들었더니, 고령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유권자 염려를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깊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바이든 캠프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카메라에 노출될 동안 동선을 줄이고 대통령에게 편한 신발을 신겨 걷다가 넘어지는 실수를 막는 정도면, 건강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를 홍보해 온 Z세대 주도 조직 ‘보터스 오브 투모로’의 임원 산티아고 메이어는 WSJ에 “(학자금 대출 탕감 등)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유권자들을 위해 성취한 것들이 그의 나이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결국 ‘후보가 실제 무엇을 했느냐’라는 뜻이다.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낸 한 기부자는 “바이든 대통령 측근들은 어차피 대선이 그와 트럼프 간 대결로 귀착될 공산이 큰 만큼, 나이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1946년 6월생으로 현재 77세 고령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