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말까지 '상생 보따리' 풀어놓는다... 2조 수준일 듯

입력
2023.1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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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자영업자·소상공인 고금리 경감키로

역대급 이자이익을 낸 금융지주가 연말까지 '상생 보따리'를 풀어놓기로 했다. 금융당국 비판에 정치권 압박까지 더해지자,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금리 부담을 일부 덜어주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총 2조 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연합회와 8대 금융지주(농협·신한·우리·하나·KB·BNK·JB·DGB금융) 회장단과 간담회를 열어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자 직접 경감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코로나19 이후 높은 이자율을 감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취약 대출자의 금리를 은행이 일부 깎아주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로 굉장히 힘들어 했다"며 "(은행은) 이자로 돈을 버니, 그 부담을 덜자는 원칙엔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서민과 중소기업 대상 상생금융은 정책 지원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유로 우선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상생 보따리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권에선 총 2조 원 수준일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횡재세' 법안(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실제 시행될 경우, 올해 은행권이 뱉어야 할 초과이익 규모가 약 2조 원으로 추산되는 탓이다. 횡재세 법안은 금융사의 순이자수익이 최근 5년 평균의 120%를 넘을 경우 초과이익의 최대 40%까지 부담금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국은 횡재세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면서도, 이를 지렛대로 삼아 은행권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여론 지지가 높은 횡재세를 피하기 위해 결국 은행이 횡재세 도입 수준의 상생 보따리를 자발적으로 풀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횡재세 도입 관련 입장에 대해 "법보다 업계와 당국 간 논의를 통하는 것이 훨씬 더 유연하다"면서도 "횡재세 법안을 보면 국회와 국민이 요구하는 (상생 규모)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상생금융 확대는 그간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요구됐다. 올해 고금리 기조 속 은행이 높은 이자이익을 내면서,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탓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은행 이자이익은 총 44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6,000억 원 늘었다. 이대로면 올해 은행권 이자이익은 6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당국도 이날 은행권의 고삐를 재차 바짝 죄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금융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19 종료 이후로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 또한 "업계 스스로 국민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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