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간선거 직후 뉴욕타임스가 조지 산토스 하원의원이 해온 거짓말들을 보도했을 때만 하더라도 일이 이렇게 커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학력과 경력을 속였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의혹이 커지기는 했어도 제명 결의안이 11월 초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등 유야무야 넘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주 갑자기 상황이 급변했다.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보고서가 목요일에 공개됐는데, 적잖이 충격이었다. 모금한 정치자금으로 에르메스와 페라가모 같은 명품 옷을 구입하고 피부관리를 받았으며, 포르노 사이트 연회비도 결제했다. 가족 휴가 중 머문 초호화 호텔 숙식 비용으로도 사용했다. 정치자금을 자신이 설립한 컨설팅 회사 계좌로 이체한 후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하고 은행 빚도 상환했다.
윤리위 위원장이 산토스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금요일 바로 발의했고, "제명은 지나치다" 또는 "의혹만으로 제명하는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의견들은 쏙 들어갔다. 지난번 반대표를 던졌던 많은 의원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다음 주 하원 본회의가 다시 열리면 의원직 제명 결의안이 재적인원 3분의 2를 넘겨 통과될 듯 보인다.
사실 연방의원을 제명한 사례는 흔하지 않았다. 19세기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을 지지해서 제명된 경우를 제외하면 역사상 총 2명에 불과하다. 둘 다 하원의원이었는데, 뇌물을 받는 증거영상까지 있었고 제명 이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각각 3년과 7년 복역했다.
산토스 의원의 제명이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현재 하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석수가 8석 차이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가 제명되면 다수당인 공화당의 입법 전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이던 지역구를 공화당이 빼앗은 지 불과 1년 만에 보궐선거로 민주당에 반납할 가능성이 커서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주 출신 공화당 의원들 모두가 제명에 찬성 의사를 밝혔고,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까지 윤리위 보고서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선거에서 공화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산토스 의원이 했던 수십 가지 거짓말과 두 차례에 걸친 검찰 기소 내역을 읽어보면, 어떻게 이 많은 것들이 안 들킬 것이라 생각했는지 그 대담함에 오히려 더 놀라게 된다. 하기야 선거부정이라는 거대한 거짓말도 잘 통하는 미국이니 정말 유구무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