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이어진 정부의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는 발생 사흘째가 돼서야 대략적인 원인이 규명됐다. 공무원들이 전산망에 접속할 때 인증 정보를 보내는 장치(L4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이중화 장치가 있었으나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 행정망 마비 사태를 일으킨 장비는 행정전자서명(GPKI) 인증시스템 내 네트워크 장비인 'L4 스위치'로 확인됐다. 행정전자서명은 행정기관 등에서 업무 담당자의 신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다. L4스위치 오류로 공무원들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전산망인 새올지방행정정보시스템(새올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게 되자, 민원·복지 업무 등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L4 스위치는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을 때, 정보를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며 "노후화된 장비도 아니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동일한 장비 수십 대가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 이상 발생 시 가동돼야 할 대체수단(이중화)도 돌아가지 않았다. 서 실장은 "장비를 이중화해 운영하고 있었지만 사고 당일 이중화돼 있는 두 개의 동일한 장비가 순차적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결국 장애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7일 오전 8시 46분 새올시스템 접속 장애를 처음 발견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정부 온라인 민원 플랫폼인 '정부24'도 오류로 작동이 중지됐다. 민원 업무가 온·오프라인에서 전면 마비되자, 각종 증명서 발급이 중단되고 세무·부동산·복지 등 기본적인 시민 일상에 지장이 발생했다.
행안부는 18일 오전 인증 시스템의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에 이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장비를 교체한 뒤, 안정화 작업을 거쳐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정부24 서비스를 임시 재개했다. 19일 오전에는 정부24의 교육부 생활기록부 발급에 오류가 생겼다가 복구됐고, 이날 무인 민원발급기의 서류 발급도 대부분 정상화됐다.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19일 브리핑에서 "18일 오후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을 재가동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민원실, 주민센터 등의 현장점검을 했지만 이상이 없어 현재 지방행정전산서비스는 모두 정상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각종 증명서 발급 수요가 몰리는 20일 오전 상황을 봐야, 확실한 안정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는 민간전문가와 지자체·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분야별 개선 방안을 검토한 뒤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