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도 즉각 못 찾은 행정망 마비, 이게 디지털 정부인가

입력
2023.11.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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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발생한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가 사흘 만에 복구됐지만, ‘디지털 정부’에 대한 큰 불신을 남겼다.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부터 신분증 확인이 필요한 금융 업무까지 마비됐다니, 자칫 대규모 소송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강국’의 면모가 내실 없이 쌓아온 허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한심하다.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새올’ 행정시스템과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떼어볼 수 있는 ‘정부 24’ 서비스가 한꺼번에 먹통이 됐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16일 밤 대전 통합전산센터 서버의 보안패치를 업데이트한 후 ‘새올’ 로그인이 되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마비가 확산됐다. 공무원용 인증서에 문제가 생겼고 네트워크 장비 오류가 원인으로 꼽혔지만, 장비를 교체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서버 이중화(백업 서버)가 갖춰졌는지 여부, 있다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업데이트할 때 기본적인 테스트는 실시했는지 등의 의문을 제기했다. 2007년 만들어진 ‘새올’이 2017년 만들어진 ‘정부24’까지 함께 마비시켰다면, 오래된 시스템의 적절한 업그레이드 실패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으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올해 예산은 5,000억 원에 육박한다. 디지털 정부는 덩치만 키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활용과 장애나 보안 대응 능력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디지털 정부’ 홍보를 위한 해외 출장 중이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전산망 관리 체계의 A부터 Z까지를 모두 점검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놓고 과감한 쇄신을 단행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책임자 문책까지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