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톡톡' 이상한 119신고, 후두암 환자였다

입력
2023.11.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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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소방본부 최장헌 소방위 
신고자 말 못 하는 상황 감지
민첩한 대처...10분 만에 출동

‘톡톡, 톡톡.’

지난 14일 새벽 4시 50분쯤 경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근무하던 최장헌(45) 소방위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수화기만 두드리는 이상한 119 신고 전화를 받았다. 걸려 온 전화에 최 소방위는 “119상황실입니다. 119 도움이 필요하십니까”라며 물었지만,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 순간 신고자가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지한 그가 잠시 후 다시 “말씀을 못 하는 상황입니까?”라고 묻자, 그제서야 ‘톡톡’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 소방위는 신고자가 병원 이송을 요청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구급차를 보내겠다”며 일단 안심시켰다. 그는 이어 119위치정보시스템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한 뒤 “주소가 맞으면 소리를 내달라”고 부탁했고, 건너편에서 ‘톡톡’이라는 답이 오자, “문자 전송이 가능하면 정확한 주소를 보내달라”고 안내했다.

최 소방위가 전화를 받고 약 10분 뒤, 포항시 남구의 한 주택 앞에 포항남부소방서 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60대 환자를 찾아내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했다. 알고 보니 신고자는 후두암으로 수술을 받아 대화가 불가능했고 대신 신고해줄 사람도 없어 119로 전화해 말없이 수화기만 두드린 것이었다. 박치민 119종합상황실장은 “119접수요원의 침착한 대응과 발 빠른 대처로 위기에 처한 도민을 구했다”고 말했다.

최 소방위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어 그대로 조치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작은 신호 하나 놓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신고 전화를 받겠다”고 말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19신고는 음성통화 외에도 문자와 영상통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긴급 상황 발생을 알릴 수 있다. 사진과 동영상 전송도 가능하다.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신고자도 신속하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

안동=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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