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 외국인투자 9% 급감... "중국 떠나지 말라" 시진핑 호소 통할까

입력
2023.11.19 20:30
1~10월 FDI 9.4% 감소... '셀 차이나' 가속화
시진핑, APEC서 "최고 투자 환경 제공할 것"
"'통제 강화' 기업 우려 불식 역부족" 전망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올해 하반기에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나 런'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우기 위해 중국 정부가 그간 갖은 노력을 다했음에도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가 서방 기업인들을 상대로 투자를 호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구애'가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19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1~10월 대(對)중국 FDI가 9,870억 위안(약 177조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4% 줄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의 '셀 차이나'(중국 주식 매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엔 대중 FDI가 전년 대비 2.7% 줄었지만, △1~7월 -4% △1~8월 -5.1% △1~9월 -8.4% 등 점점 감소 폭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 -2.7%→1~10월 -10%... '셀 차이나' 가속화

중국은 올해 들어 누적 FDI만 발표할 뿐, 월간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시장 조사기관 윈드가 최근 지난 9월 치 FDI를 자체 분석했는데, 728억 위안(약 13조 원)에 그치며 지난해 동월 대비 무려 34%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기준으로 2014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차이신은 "시 주석이 지속적으로 기업 친화적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으나, 중국이 여전히 외국 자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막아야 하는 중국의 절박함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 주석 행보에서도 드러났다. APEC 회의 개최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시 주석은 15일(현지시간) 미국 기업인 400여 명과의 만찬 행사에서 "중국은 초대형 시장이며 14억 중국인이 추진하는 현대화는 세계의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또 "외국 기업을 중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의 가장 강력한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외교 무대에서 연설하는 모습 자체가 드문 시 주석이 직접 나서 미국 기업인들에게 '중국에 투자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시진핑 직접 나섰지만... "대중 투자자 우려 불식 역부족"

하지만 시장 반응은 대체로 냉정했다. 보수 성향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IE)의 클로드 바필드 선임연구원은 미 자유아시아방송에서 "시 주석은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들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만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며 "각 기업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과의 만찬에 참석한 한 고위 기업인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경제 회복을 위한 투자나 (외국 기업들을 위한) 구체적 양보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었다"며 "시 주석의 연설은 좋은 선전·선동이었다"고 혹평했다. 개정 반(反)간첩법 시행 등으로 외국 기업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원론적이고 안이한 약속"에 그쳤다는 얘기다.

반면 중국은 시 주석의 노력 덕에 우호적인 대중 여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시 주석의 방미에 동행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언론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연설은 참석자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줬다"며 "그들은 모두 중미 관계가 상호의존적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18일 밝혔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이 외국인 투자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강한 신호를 발신했다"면서 "미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 여전히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