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국가 경제 규모를 웃도는 현상이 4년째 지속되는 가운데, 11월 보름간 가계대출이 이미 3조 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부채 비중은 신흥국 3위로 올라섰다.
19일 국제금융협회(IIF)가 16일 공개한 세계 빚 통계에 따르면, 3분기(6~9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2%로 2분기(101.0%) 대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분기 105.7% 이후 점진적 하락 추세다.
하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웃도는 나라는 신흥 30여 개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 선진국까지 범위를 넓히면 스위스(125.5%), 호주(110.0%), 캐나다(102.9%)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게다가 3분기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이 13조8,000억 원 증가했다는 금융당국의 발표를 감안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줄어든 것은 국가 경제 규모, 즉 GDP가 성장한 결과로 풀이된다.
4분기에도 가계부채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6조3,000억 원으로 전월(+2조4,000억 원) 대비 크게 늘어난 데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은 16일까지 689조5,581억 원으로 보름 새 3조5,462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 지난달 증가 규모(3조6,825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증가분(3조4,175억 원)이었다.
기업부채 또한 계속 덩치를 키우고 있다. IIF 집계 결과, 3분기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6.1%로 전 분기 대비 0.5%포인트 늘었다. 신흥국 중 홍콩(267.9%), 중국(166.9%)에 이어 경제 규모 대비 기업의 빚이 많다. 2분기까지는 싱가포르의 기업부채 비율이 128.6%로 신흥국 3위였으나, 한 분기 만에 빚 비중을 3.6%포인트 줄이면서 한국이 3위로 올라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