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관리 모드? 바이든 "팔 자치정부가 가자 통치"... 이스라엘과 또 파열음

입력
2023.11.19 18:30
바이든, WP 기고서 "가자·서안 통합 통치를"
네타냐후 "팔 자치정부, 책임질 능력 없다"
전문가들 "비현실적"... 아랍국도 "협조 못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관한 전후 구상을 언론 기고문을 통해 직접 밝혔다. 서안지구를 통치 중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향후 가자지구에 대한 관할권도 행사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당장 가자지구에 대한 '직접 통치' 의사를 노골적으로 내비쳐 온 이스라엘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언론 기고문 보도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PA는 가자지구를 책임질 능력이 없다"고 정면 반박하며 이견을 노출했다.

게다가 PA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걸림돌이다. 미국의 동맹인 아랍국가들도 손을 내젓는다. 내년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바이든 대통령의 '비현실적 구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바이든 해법에 이스라엘 "PA 능력 안 돼" 일축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게재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궁극적으로 PA가 힘을 되찾은 뒤 재통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양측 국민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포스트 하마스 4원칙'도 재확인했다. 지난 12일 백악관이 처음 못 박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불가 △미래 테러 세력 근거지로서의 가자지구 사용 불가 △가자지구 영토 축소 불가 등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 전시 내각과는 불협화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어떤 경우라도 가자지구에서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며 사실상 가자 재점령 의사를 피력해 왔다. 특히 이날 바이든 대통령 기고문 공개 이후 그는 "현재 형태의 PA는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을 넘겨받을 능력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실제 PA는 2007년 하마스와의 경쟁에서 패하며 가자지구 통제권을 잃은 데다, 부패와 무능력으로 서안지구에서조차 민심을 상당 부분 잃은 상태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은 "PA를 가자지구로 다시 데려오는 것은 이스라엘의 반대를 포함해 많은 장애물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아랍권도 회의적… 민심 잃은 PA

중동 전문가들도 바이든 대통령 구상에는 회의적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던(DAWN)의 아담 샤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담당자는 "가자지구의 해결책으로 PA 통치를 제안하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치용 눈가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사마 칼릴 미국 시러큐스대 교수는 "미국은 특히 선거가 있는 해엔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으려는 정치적 의지가 전혀 없어 '갈등 해결'보단 '갈등 관리'에 집중하는 정책을 내놓는다"며 "가자지구를 PA에 넘기는 건 꿈 같은 계획이고, (안팎의 비판 여론 탓에) 분쟁의 종식으로 초점을 바꾸려는 노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구상대로라면 PA의 가자지구 통치 전까지, 과도기의 치안 공백을 메워야 할 역내 아랍국가들에서도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고에서 '국제사회가 전후 지역의 평화 유지와 재건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18일 바레인에서 열린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 마나마 대화' 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해 "가자지구의 다국적 평화유지군으로 가는 아랍군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랍센터의 카릴 자샨 이사는 "서안지구에서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정부를 가자지구의 잔해 더미로 끌어들이는 건 재난으로 향하는 공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영은 기자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