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가격을 높이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두고 17일 기획재정부가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고 하자 식품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식품 업체들에서는 기존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①CJ제일제당은 11월 초부터 '숯불향 바비큐'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낮췄고 ②동원F&B는 '양반김' 2종의 중량을 기존 5g에서 4.5g으로 줄였다. ③해태제과는 '고향만두'의 용량을 415g에서 378g으로 가볍게 했고 ④오비맥주도 '카스' 맥주 묶음 팩 제품 용량을 1캔당 375ml에서 370ml로 줄였다. 앞서 ④풀무원은 4월 핫도그 제품 개수를 한 봉지당 5개에서 4개로 줄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제품의 무게는 그대로지만 주 재료의 함유량을 줄인 사례도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오렌지 주스는 7월부터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줄여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1'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업들의 이런 모습을 두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불만이 이어졌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식품 업계는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선택한 또 다른 가격 인상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A식품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재료 가격이 크게 뛰었으나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버티다 대신 용량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B식품업계 관계자는 "먹을거리는 원물 가격 비중이 큰 상품"이라며 "지난해 기상 악화 등으로 수확량이 눈에 띄게 줄어 원물 가격이 올해 초 대비 현재 100% 뛰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2월에 이미 가격 인상을 한 번 했는데 또다시 가격을 올리기에는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부처 차관에게 '물가책임관'을 맡겨 품목별로 전담하게 하는 등 물가 관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항변도 나온다. C식품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 인상을 막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괘씸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